얼마 전에 묵은 책들을 정리했다. 전공서적, 예전 소설책, 옛날스러운 종이냄새가 나는 책들.
비우는 것에 별로 망설임이 없는 나인데 유독 나를 망설이게 하는 책 한 권이 있었다.
[아라비안 나이트]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까지 몇 번이나 재독 하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가끔 힐끔 들여다보기만 했던 책.
책더미를 들고 분리수거장 앞까지 갔는데 끝내 버리지 못했다. 그 책에 묻은 내 시간들을, 마음을 털어낼 수가 없어서. 오래된 양장표지의 울룩불룩한 부분을 어루만지며 집에 돌아와 다시 책장에 고이 모셔놨다.
또 종종 꺼내 볼 예정이다. 그 책에 묻은 마음이, 그 책을 읽었던 시간들이 그리워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