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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박스

디자이너는 다 해야 한다.

by 김현승 Feb 20. 2025


겨울이 오면 나무에 흰 눈이 덮이듯 배송을 위해 산물도 덮어야 한다.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다 해야 한다. 특히 소규모 브랜드라면 말이다.


큰 기업이라면 세분화되어서 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 생산디자이너, 온라인 MD, 오프라인 MD, 기획 MD, CS, 배송 등등 역할이 나뉜다. 하지만 한 브랜드의 디렉터라면 내가 곧 기업이니 다 해야 한다.


패키징을 위해서 수학자가 되기로 했다. 컵 사이즈는 7.8cm×8.8cm×10.5cm이다.



그렇다면 박스 사이즈는 어떻게 될까?



컵을 포장박스에 담아야 하고 그 포장박스를 택배박스에 담아야 한다. 더불어 포장박스는 에어캡을 감싼 컵의 사이즈를 고려해야 하고 컵이 들어가야 하므로 작아서도 컵이 깨질 수 있기에 커서도 안된다.


그렇게 고안해 낸 사이즈는 포장박스 11.5cm×8.8cm×10.2cm, 택배박스 17cm×13cm×12cm이다.


사실 박스를 디자인하고 치수도 맞게 제작해서 산물을 전달한다면 덧없이 기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소규모 브랜드이기에 처음부터 모든 것을 이룰 수 없다. 타 브랜드와 비교를 하는 순간 그것으로 이미 끝이다.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며 성장해 나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하고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가면 된다.


디자인 보다 중요한 것은 전달하는 의미이다.


사운드산의 산물을 받았을 때 디자인적으로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의미에 대해서 더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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