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첫째아이보다 상남자인데, 말하는거나 행동이나 기본적으로 애교를 장착하고 태어나는 모양이다. 우리아이 뿐만 아니라 세상에 모든 막내들은.
발음도 제대로 안돼서 맨날 본인은 "상남자"가 아니라 "산남자"라고 하길래, 그래, 넌 꼭 산에가서 살아라. 이 산남자야. 깔깔. 하는 말장난을 곧잘 걸었었다.
놀이터에서 막내 친구 엄마가 "요새 너무 말을 안들어. 미운 일곱살인가? 완전 사춘기야." 하길래 "우리집엔 진짜 사춘기가 있는데~ 미운 일곱살은 애교야. 말 안들어도 귀엽기라도 하지. 금방 다 지나가~" 했더니 금세 빵터져서는 맞다고 수긍을 한다.
일곱살 남아라면 과격함이 한번 업그레이드되는 시기라서 온갖 장난이 난무한데. 그래도 너무 까불면 "까분다 증말!너 집에 가서 보자!" 사실은 그래놓고도 까먹기 일쑤. 돌아서선 곧바로 "까불 수도 있지. 그만큼 자아가 큰거라던데!"한다. "엄마 미안해ㅠ 내가 잘못했어." 손 꼭 붙잡고 얘기하는 일곱살.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닭똥같은 눈물은 옵션. 뒤돌아 눈물을 훔치는 조그만 어깨를 보면 마음이 사르르 녹아 버린다. 집에 정말로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가 있어서일까. 그냥 막내의 도발 정도는 모든 게 앙탈. 어떤게 맞는건지 모르겠다.
오늘도 햄버거를 손에 꼭 쥐고 와그작와그작 먹는 모습이 귀여워서 그만,
아유, 귀여워.
넌 언제까지 이렇게 귀여울래?
했더니 제법 진지한 얼굴로,
여덟살 되면 안 귀엽지. 여덟살이면 학교가는데. 그땐 안 귀엽지.
한다.
근데 엄만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꼭 첫째 아이랑 다같이 있을때 묻길래 핀잔을 줬더니, 이젠 눈치껏 단둘이 있을 때만 묻는다. 듣고 싶은 답이 따로 있는 모양.
난 이담에 크면 엄마랑 결혼할 거야.
내가 반지 사줄게.
그럼 아빠는 어떡하고.
엄만 아빠랑 이미 결혼했는데.
그러게 왜 아빠랑 벌써 결혼했어. 나랑 결혼했어야지. 엄마 미워.
아. 그러게. ㅋㅋㅋㅋㅋㅋ 왜그랬을까아~
뭘해도 귀여워. 어쩌면 막내의 특권. 넌 중학교가서 콧수염나도 귀여울거야.엄마 좀만 더 젊었을 때 오지. 그럼 네가 할아버지 돼도 귀여울지 좀 더 볼수있는데. 우리가 노산으로 만나서 그건 내가 좀 자신이 없네. 그래도 널 만난 건 참 행운이야. 나는 막내 출신이 아니라서 더 귀여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첫째 아이와 제법 나이차이가 나서 마냥 아기같은 걸지도.
어쨌든 귀여워로 시작해서 귀여워로 끝나는 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