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일곱살이랑 사춘기랑 갱년기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문득 마트에서 돌아오는 차안에서 질문이 시작됐다. 그리고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선뜻 하지않았다.
혹시 다들 본인이 이긴다고 생각하는거야?
나의 재질문에 모두들 한바탕 빵터졌다. 아무래도 정곡을 찔린 모양.
다들 갱년기가 무조건 이긴다고들 하는데, 가끔은 사춘기가 이기기도 한대. 요새 애들은 사춘기도 세게 와서.
그렇쥐! 엄마, 우리반 친구들 요새 장난 아냐. 오늘도 ㅇㅇ이가 기분안좋다고 책상을 발로 찼는데, 선생님이 보셨는데도 혼내지 않으셨어.
사춘기 초입인 큰아이가 얼른 맞장구를 쳤다.
그럼 나는?나는 못 이겨?
옆에 앉아있던 미운 일곱살이 뾰루퉁하게 묻는다.
너 엄마 이겨서 뭐하게?
아니아니, 그게 아니구우~
미운 일곱살이랑 사춘기는 크느라 말 안듣는 성장과정인데, 갱년기는 늙느라 여기저기 다 아픈 노화과정이니, 사실상 갱년기를 가장 배려해줘야하지 않을까?
내 질문에 아이들은 대답이 없었다.
결론은 엄빠가 이겨먹겠다는 얘기.
우리집은 요새 세 장르가 뒤엉켜 자주 으르렁거린다. 사실 미운일곱살은 귀여운 수준이다. 그래서 불리할 때마다 내가 곧잘 써먹는 질문.
너네 엄마 이겨서 뭐할래?!!
그러면 사춘기 아이는,
엄마는 아들이겨서 뭐하시게요?
이렇게 맞받아치지만 미운일곱살은 아직 거기까지 회로가 돌아가진 않는다. 그냥 한번 힝~ 하면 끝이다. 풉. 아직은 귀여운 녀석. 몇년 더 키우면 요녀석도 엄말 이겨먹겠다고 말대꾸하겠지?
어쨌든 오늘도 갱년기 엄마의 승리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