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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노아 레인 Sep 28. 2024

행복한 아이스케키

달콤한 시간

 오늘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당부를 잊지 않으신다.

"하교하고 바닷가에 절대 가면 안 된다!"

대답은 우렁차게 잘하지만 벌써부터 마음은 그곳에

가 있다는 걸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선생님께서 살짝 부르시더니 네모난 종이 한 장을 건네신다.

"이곳에 이름을 적어와라"

뭉그적거리며 "네!"  하고 대답은 하긴 하는데

엉덩이는 이미 뒤로 빠져있다.

선생님도 어찌 내 맘을 모르겠는가!

함께 어우러질게 뻔하고 그중에서  매번 단골처럼

적히는 이름이  딱 한 명이다.

그 아이는 워낙 개구쟁이라서 특별히 의식도 안 할뿐더러

"너 내 이름 적었지?" 하며 오히려 먼저 물어온다.

나 또한 "미안해" 하면서 종이를 보여준다.


상남자 중의 상남자 "승냥이"라는 별명까지 붙어서

아이들이 놀리는데도 그냥 씩 웃어넘기는 아이다.

어떻게 그 별명이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외모하고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그렇게 불리니 이름보단

별명이 더 친숙해져 있다.

선생님께서도 출석부에 이름이 있는데도 별명으로

출석 체크를 하실 정도니  ㆍㆍ

사실 승냥이는 바닷가 근처에 사는 아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로 인하여 좋은 것을 보기보다는 일단, 노출이 심한 옷차림으로

인하여 어린아이들이 좋지 않은 것들을 접하게 될까 봐

선생님의  항상 염려하시는 부분 또한 그렇다.


여느 때와 같이 바닷가에는 한가로운 주말오후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보이고

그들을 위해 백사장은 여름날의 그 뜨거운 가슴을 내어주고 있었다.

저 멀리서 드디어 우리가 찾고 있는 그분이 오신다. "아이스케키"

네모난 아이스박스 안에는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아이스케키가 우리를 유혹한다. 사실 이것 때문에 오는 것이다.

가게에서 판매하는 것은 한 두 종류밖에 없어서 인기가 시들하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사촌언니가 아이스케키를

 만들어 준다며 네모난 틀에

설탕이나 사카린을 넣고 물을 채워 막대기를 꽂아 아이스케키를

만들어 준 적이 있지만 이 아이스케키 맛을

 따라갈 수가 없다.

연일 뜨거운 태양아래 아이스케키를 외쳐대서

아저씨는 힘이 드는지

한 개를 까서 베어문다.

우리들은 혀끝으로 살살 녹여 먹는데 말이다.

아이스박스에서 탈출하는 순간 녹는 것 같다. 아무리

아껴 먹으려 해도 빨리 녹으니 감당해 낼 재간이 없다.


집에 오니 아빠는 심부름 간 언니가 안 온다며

 어디쯤인지 나가보라 하신다.

종종 있는 일이라서 난 아빠에게  "금방 오겠지요" 말하니

다른 게 아니고 "아이스케키" 심부름이라고 하셨다.

다른 것도 아니고 오다가 한눈팔면 녹아버리기 때문에 걱정하실 게다.

난 안 먹은 척하고 언니를 마중하러 갔다.

아니나 다를까 언니는 오다가 친구들이 고무줄 놀이 하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폴짝폴짝 신나게 뛰고 있었다.

언니는 내가 나타나자마자 생각이나 난 듯 얼른 아이스케키가 들어있는

검정봉지를 집어 들었다.

고무줄 놀이 했다는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는 하는데

나는 과연 아이스케키가 안 녹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거짓말이 바로 들통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빠는 검정봉지를 열자마자 언니에게

 "곧장 안 오고 놀다 온 거야?" 하고 물었다.

언니는 내 눈치를 힐끔 보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니요" 하고 말했다.

아빠는 아이스케키 한 개를 들어 올리며 찰랑찰랑 소리 나도록 흔들었다.

동생까지 못 먹게 했다며 언니에게 화를 내시며 아이스케키가 든 봉지를 건넨다.

나는 아까 백사장에서 먹고 왔지만 혼날까 봐 말도 못 하고 언니를 졸졸 따라 부엌으로 갔다.


언니는 훌쩍거리더니 이내 아빠가 드시는 국사발에 녹아서 물이 된 아이스케키를 쏟았다.

앙상하게 남은 막대기는 휙 집어던지더니

한 개도 아닌 두 개의 아이스케키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눈물이 범벅된 얼굴이 이내 화색이 돌고

 내게 국사발을 건넸다.

이미 거의 다 마셔 버리고 그릇의 밑바닥이 보이는데 뭘 먹으라는 건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냘이후로는 아빠는 더 이상 아이스케키 심부름을 시키지 않으셨고 직접 사가지고 오셔서

언니가 국사발에 녹은 아이스케키를 부어 들이키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분주했던 하루 일과를 마치며 어둠이 내리는 도심의 조용한

벤치에  앉아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피로를 녹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누군가가 곁에 함께 한다면 더더욱 좋지 아니한가!  형형색색 그 빛깔도 다르고 맛도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내 어머니는 그 시절의 CM송 때문인지 오로지

부*보콘  밖에 모르셨지만ㆍㆍㆍ

12시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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