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잡생각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심호흡을 하며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자신을 다독이며 잠들려고 노력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거실 불이 켜지고 아빠가 방에서 나오시는 소리가 들렸다. 잠이 오지 않아 나오신 거다. 나는 아빠가 거실을 오가다 TV 켜는 소리를 들으며 깊은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점점 잠 속으로 빠져들며 이렇게 잠 못 드는 것도 유전일 거란 깨달음이 스쳤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밥을 안치고 국을 끓여야 하기에 억지로 일어났다. 엄마는 따듯한 방에서 일어나기 싫다고 하시며 출근 준비 다하고 나갈 때쯤 일으켜 달라고 하셨다. 이제 밥은 혼자 먹을 수 있으니 아침에 나만 준비하고 가라고 하셨다. 서두른다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엄마 세수, 양치를 해드리지 못하고 과일, 반찬을 식탁에 올려놓고 도시락을 싼 후 엄마를 일으켜 드렸다.
엄마를 챙기지 않았음에도 집을 나선 시간이 8시 40분. 지각이다. 보통 25분 걸리는데 5분 정도 지각할 시간이다. 부지런히 걸으며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모두 예약 택시가 지나갈 뿐이다. 횡단보도에 다다를 무렵 신호등 불이 숫자를 카운트다운하고 있었다. 10초 정도 남은 횡단보도를 뛰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1분 정도 있으니 버스가 왔다. 이대로라면 2분, 3분 지각할 것 같았다. 마음을 비우고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출근길에 차가 막히는 구간이 두 군데 있다. 그 구간은 버스가 천천히 움직이고 잠시 멈춰있기도 한다. 그런데 버스가 서거나 천천히 가는 구간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눈을 떠보니 그 막히는 구간을 전혀 문제없이 빠져나온 길이었다. 시간이 굉장히 많이 단축됐다. 게다가 신호등 한 번 걸리지 않고 하차 정류장에 9시 3분 전에 도착했다. 예기치 않게 지각을 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숨이 턱에 차도록 뛰었다. 숨을 헐떡이며 뛰어들어가 출근을 찍었더니 8시 59분이다.
"후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런 날이 있다니. 버스로 출근했는데 19분 만에 오다니. 완전 럭키비키 한 날이다.
아침에 눈발이 날리다 멈췄는데 오후에도 잠깐 눈발이 날렸다(14:36, 14:37,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