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4
국어사전에 탐욕은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이라고 나온다.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탐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한다. 그러나 탐욕 없는 사람이 있을까? 어떤 것을 탐하느냐가 다를 뿐, 우리는 조금씩 비정상적으로 지나친 욕심을 부린다.
중학생인가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돈, 명예, 권력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길 것이냐는 질문을 하신 적 있다. 반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생각을 말했는데 그 당시 나는 명예였다. 돈을 동경하는 건 천박하게 여겨지던 때라 '돈'을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지금은 경제관념이 생겼고 '돈'의 중요성을 충분히 안다. 돈이 많았으면 좋겠고 많이 벌고 싶다. 다만 돈을 벌기 위해 불법을 저지르거나 규정에 위반되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비리를 저지를 만큼 돈 욕심이 크지 않아 다행이다.
지금도 돈, 권력, 명예 중 중요도가 높은 건 명예지만 그렇다고 드높일 욕심은 없다. 회사나 업계, 친구들 사이에서 나쁜 평판이 돌지 않게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생활할 뿐이다. 재작년 명예가 실추될 뻔한 큰 사건을 맞닥뜨렸지만 '해당 없음'으로 결론이 나왔다. 그 결론이 나오기까지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았다.
권력은 그때도 지금도 추구하고 싶지 않은 힘이라 욕심이라고 할 만한 마음이 없다. 다만,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의 희생양, 피해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므로 권력자가 나를 얕잡아 보지 않도록 가능한, 기회가 닿는 한 그에 맞먹을 수 있는 위치로 갈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았다. 소위 '말발'이 먹히는 자리에 있어야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말이라도 해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높이 올라가는데 한계가 있고 회사 노예는 까이고 휘둘리는 처지를 벗어나기 어렵다. 다소 운명이라고 포기하고 받아들이고 잊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한때 식탐이 있었다. 맛있는 걸 다른 사람이 더 먹을까 봐 말을 아끼고 먹기만 한 적 있다. 맛있는 걸 남에게 주기 싫어 망설인 적이 많다. 지금은 운동하며 식단관리를 했기에 탐욕을 부릴 정도는 아니다. 가끔 배가 아플 정도로 많이 먹는 날이 있을 뿐.
내가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은 마음의 평화다. 불안함을 느끼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오롯이 내게 집중하며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듣고 즐기는 것이다. 아무 걱정 없이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런 시간이 절실히 필요해 퇴근 후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가끔 집을 떠나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간다. 여행할 때는 온갖 근심 걱정이 잘 떠오르지 않고 날짜와 요일 감각이 떨어져 좋다. 그저 보고 듣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탐욕을 부리는 사람은 절박해 보인다고 한다. 웹소설 작가 김차차는 그의 명작 "이 결혼은 어차피 망하게 되어 있다'에서 절박한 것은 굶주린 것과 같다고 했다. 끝없는 욕심은 채워도 채워도 빈 것 같으니 굶주린 상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탐욕을 부리며 정치하는 사람들 모두 굶주린 짐승 같다. 굶주린 짐승은 눈앞의 것만 따라가기 때문에 후일을 도모하지 못한다. 이성을 차리지 못한다. 우리는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