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이 찾아오겠지.
Ep 11. D-40 카운트다운 시작
2022년 9월 8일.
추석연휴를 목전에 두고 남편의 입원과 수술일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모든 긴장이 풀려서일까,
남편에게도 코로나가 찾아왔고, 추석연휴 간 고열에 시달려야 했다.
옛날 사람들은 코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더운 열이 난다 하여 고뿔에 든다라던데
그도 그동안 홀로 뜨거운 불덩이를 마음속에 모아 왔나 보다.
수술은 10월 21일 금요일.
입원은 그로부터 이틀 전 10월 19일 수요일로 예약이 되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40여 일 정도.
40일이 지나면 그놈의 정체를 알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정체를 알아내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알아야 함에도 아는 것은 무섭다.
모르는 게 약일까? 아는 것이 답일까?
그렇게 답을 찾지 못한 채로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Ep 12. 해피 5주년
9월 23일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다.
한창 꽃이 피던 봄에 만나기 시작해 한참 연휴가 길기로 유명했던 2017년 추석연휴 기간에 결혼을 했다.
신혼여행을 오래가고 싶어서 선택한 결혼 날짜라니,
지금 생각하니 참 철없던 시절의 우리였다.
5주년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며 아이들과 함께 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제주도 여행을 취소했다.
지금도 철이 없긴 하지만,
췌장 근처 7cm짜리 종양제거 수술을 앞두고 태평하게 제주도로 날아갈 용기는 없었다.
철도 안 들고, 용기도 없다니 이렇게 나약할 수 있을까.
미리 예약해 놓은 한옥숙소를 취소하며 덤덤하게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사장님, 남편이 큰 수술을 하게 되어 부득이하게 예약을 취소합니다.
꼭 가고 싶었던 숙소인데, 수술 후 건강해지면 꼭 찾아뵐게요.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
“빨리 쾌차하시길요. 좋은 날이 찾아올 거예요.”
얼굴도 모르는 펜션 사장님의 문자메시지 한 통을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았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누가 봐도 불안한 삶 속에 살고 있고, 좋은 날이 아니구나.
Ep 13. 좋은 날
좋은 날이 언제일까,
우리는 항상 좋은 날을 보내고 있었을까?
개인적으로 과거를 돌아보면
대학 입시에 실패했을 때 좋지 않았고, 취업에 한 번에 성공했을 때 좋았다.
그동안 나의 좋은 날이란 바라던 목표를 이룬 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남들이 생각했을 때 좋은 날이 아닐지라도, 내가 생각했을 때 좋다면 그만이다.
특별하고 대단한 소식 없이 평범하고 무탈한 일상 속에서 좋은 기분을 느끼면 된다.
다시 좋은 날을 살고 싶어졌다.
불안한 기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남편에게 우리 다시 여행을 가자고 제안을 했다.
왜 우리가 축 쳐져서 지내야 하니? 우리 여행 가자!
그렇게 우리는 다시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아이유의 좋은 날이 떠오른다.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고,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어보면 바로 그 또한 좋은 날이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