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그리고 써드 레이오프
회사가 첫 번째 레이오프를 단행했을 때, 사무실은 깊은 침묵에 휩싸였다. 오후에 명단이 발표되기 전까지 모두가 조심스러웠고,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당시 구조조정은 전반적인 프로젝트 축소와 수익성 감소로 인한 것이었기에, 비교적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몇몇 예상치 못한 동료들이 회사를 떠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안도와 불안을 동시에 느꼈다. 하지만 이 변화가 단순한 일회성 조정이 아니라, 회사의 방향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와 세 번째 레이오프는 성격이 사뭇 달랐다. 규모는 첫 번째보다 작았지만, 더 정밀하고 전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비용 절감이 아니라, 회사의 체질 개선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 분명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이 과정에서도 신규 입사자와 경력직 채용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회사는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내부 조직을 재편하고 있었다. 실적이 부족하거나 퍼포먼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들이 타깃이 되었고, 협업에서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이 주요 대상이 되었다. 내부적으로는 “이 사람과 함께 일하기 어려웠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가 누가 살아남아야 할 사람인지 선별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조직 재편의 신호, 그리고 스튜디오 축소
레이오프가 거듭되면서 회사 내부에서는 조직 개편의 방향성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디자인 스튜디오가 기존 5개에서 3개로 축소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자연스럽게 팀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제는 단순히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더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이 시점부터 부서장의 태도도 달라졌다. 그는 팀의 입지를 유지하고, 더욱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신규 프로젝트 확보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가 있으면 팀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졌고, 없다면 언제든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남아 있는 직원들은 각자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일부는 프로젝트 리더십을 맡아 존재감을 강화했고, 몇몇은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했다.
나 역시 이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부서장의 전략적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며, 공모전 프로젝트 팀에 합류할 기회를 얻었다. 이는 회사 내에서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고, 성공한다면 팀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내가 맡은 역할은 기존과는 달랐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야 했지만,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변화의 파고 속에서 누군가는 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한 동료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내 상황을 벗어나 뉴욕 오피스로 이동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선택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는 변화 속에서 스스로 움직이기로 했다.
나 또한 이런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몇 가지 전략을 세웠다.
1. 팀 전환과 프로젝트 이동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레이오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들은 특정 프로젝트나 시장에만 묶여 있던 사람들이었다. 프로젝트가 사라지면 팀도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대상이 되었다. 나는 다양한 분야와 지역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나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2. 회사의 흐름을 읽고 대비하기
회사 내부적으로 어떤 팀이 살아남을 것인지, 어떤 디렉터가 더 강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나는 프로젝트 배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디렉터들의 움직임이 어떠한지를 면밀히 분석하며, 내가 속한 팀이 상대적으로 안전한지 여부를 판단했다.
3.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내부에서 가치를 증명하기
두 번째와 세 번째 레이오프에서 명확해진 것은 단순히 실력이 좋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조직 내에서 내가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나는 프로젝트 매니저, 엔지니어, 클라이언트들과의 관계를 구축하며 “이 사람이 있으면 팀이 더 잘 돌아간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세 번째 레이오프에서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조용히 일만 잘하는 사람”보다 “필요할 때 조직에 기여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단순히 디자인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내 역할을 강조하고,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세 번의 레이오프를 겪으며 나는 단순히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1. 유연성을 유지하라. 특정 프로젝트나 팀에 얽매이지 말고, 필요할 때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2. 회사의 흐름을 읽어라. 조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
3.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나의 실력을 인정해 줄 사람, 내가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줄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4. 존재감을 보여라.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나의 역할이 분명해야 한다.
이제 나는 단순히 레이오프를 피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고, 더 나아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짜 목표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닥쳐올지는 모르지만, 나는 준비된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