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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성공 모델에서 탈피하라

by 정현재 Feb 11. 2025

한때 부동산 개발은 단순한 공식이었다. 좋은 땅을 찾고, 건물을 올리고,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이었다. 이 공식은 오랜 시간 동안 효과적이었다. 신도시가 개발될 때는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고,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유망한 입지를 선점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좋은 땅을 찾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규제는 강화되었으며, 지역 주민과 공공기관의 요구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단순히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방식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단순히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해야 한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낸 개발자들은 이미 기존의 틀을 깨고 나아가고 있다. 그들은 ‘땅을 사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창조하는 것’에 집중한다.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설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실리콘밸리의 한 클라이언트는 기존 개발 방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그는 소방서, 경찰서, 중고등학교 같은 지역 공공기관과 협력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흔히 공공기관의 부지는 개발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규제가 많고, 주민 반대도 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클라이언트는 그것을 기회로 보았다. 낡고 오래된 공공기관 건물을 현대화하는 대가로, 기존 부지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을 제안한 것이다.


이 방식은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공생’과 ‘혁신’이 결합된 프로젝트였다. 예를 들어 오래된 소방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건물이 노후화되었지만, 시의 예산으로 새롭게 짓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때 개발자가 나서서 새로운 소방서를 짓는 비용을 부담하고, 그 대신 기존 부지를 활용해 상업시설이나 주거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더 좋은 시설을 확보할 수 있고, 개발자는 도심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지역 사회가 혜택을 받는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단순히 건물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니즈를 해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공성과 사업성이 동시에 확보된다.


이러한 모델을 현실화하려면 필연적으로 주민과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개발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이 단계다. 공청회에서 쏟아질 반대 의견, 지역 주민들의 반발, 복잡한 행정 절차.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공청회에 가보면 오히려 주민들이 개발을 지지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다. 특히 교육과 연계된 프로젝트는 더욱 그렇다.


실제로 프로젝트 T는 한 국제학교의 주차장을 활용해 40층 이상의 주거시설과 학교를 함께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학교 옆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교육 환경이 악화될 것이다”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점차 구체화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새로운 학교 시설이 조성되면 교육의 질이 개선될 것이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더 나아가, 주거 시설이 함께 들어섬으로써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결국 주민들은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충분한 대화와 설득 과정을 거치면서,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의 지지를 얻으며 추진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부동산 개발은 더 이상 단순한 건축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제 개발자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과거의 공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창조하는 방식 자체를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단순한 땅 개발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재해석하고, 최적의 활용법을 찾아야 한다.


도시는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가 기존에 알던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여전히 빈 땅을 찾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이미 경쟁에서 뒤처진 것이다.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 기관과 협업하고, 기존 공간을 현대화하며, 지역 사회가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이끌어나가는 것. 그것이 새로운 개발 방식이 되어야 한다.


더 이상 건축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또한 기술의 발전만이 과거를 넘어 미래로 가는 것 또한 아니다. 과거의 성공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기존 모델을 과감히 버리고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공간을 바라볼 때 비로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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