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레이오프,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프로젝트 마감으로 글을 쓰는 것이 늦어졌지만, 이제야 지난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내용을 정리할 시간이 생겼다.
5차 6차 이야기를 했었지만 2024년 연말에 있었던 7번째 레이오프는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니었다. 회사의 운영 방식과 리더십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였고, 그 흐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감원이 아니라, 조직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이었다.
연말이 지나고도 한동안 사무실에서는 레이오프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조심스럽게 오갔다.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둘 사라졌고, 몇몇은 새로운 회사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떤 이는 경쟁 설계사로 옮겨갔고, 또 다른 이는 공무원으로 전향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같은 고민이 남아 있다. 이전에는 ‘회사가 프로젝트를 따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닫고 있었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여섯 번째 레이오프를 경험한 이후, 나는 더 이상 ‘레이오프’라는 단어에 놀라지 않는다. 이제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전체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운턴. 한두 번의 감원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내부적으로는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구조로 전환해야 했고, 외부적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었다.
일부는 “이제 이 회사도 끝이 아닐까? “라며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고, 오랜 기간을 버텨온 백전노장들은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라며 조직의 내부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순한 인내가 해답이 될 수는 없었다.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지 않으면, 결국 그들은 ‘더 이상 프로젝트가 없는’ 회사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건축가로 살아남는다는 것이 예전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장이 변했고, 우리가 적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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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레이오프, 그리고 건축 시장의 새로운 현실
이번 레이오프는 과거와는 방식이 달랐다.
예전에는 보통 프로젝트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감원이 이루어졌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다시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프로젝트가 끝나기도 전에 감원이 시작되었다.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구조를 조정하고,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더 이상 다음 프로젝트가 없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건축 시장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았다.
1. 원격 근무의 정착으로 인해 대형 오피스 프로젝트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기업들은 고정비 절감을 위해 오피스를 축소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출근율이 낮아지면서 사무실 공간의 활용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2. 테크 기업들은 더 이상 확장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사세를 확장하며 수십만 평방피트의 오피스를 개발했지만, 이제는 기존 공간을 줄이거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일부 기업들은 본사를 타주로 이전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이는 샌프란시스코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3. 신규 개발 프로젝트의 감소. 기존 프로젝트도 예산 삭감과 일정 조정이 반복되면서 더 이상 예측 가능한 미래가 사라졌다. 시 공공기관의 허가 지연 문제까지 겹치면서, 개발사들은 프로젝트 추진을 주저하고 있다.
4. 클라이언트들의 태도 변화. 예전처럼 건축 설계사무소를 적극적으로 찾기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설계 팀을 운영하거나, 기술을 활용해 전통적인 설계 방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건축을 한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제 건축가는 비즈니스 전략가이자 문제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클라이언트들은 디자인의 미적 요소만큼이나, 프로젝트의 경제성과 지속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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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은 유지되지만, 프로젝트 매니저들은 떠났다
이번 구조조정의 가장 큰 특징은 프로젝트 매니저(PM)들이 대거 퇴사했다는 점이다.
PM들은 단순한 일정 조율자가 아니다.
그들은 클라이언트와 직접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조율하고, 일정과 예산을 관리하며, 내부 팀과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는 핵심 인물이다. 그러나 프로젝트 수주가 줄어들면서, PM들의 역할이 애매해졌고, 회사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나가는 사람들은 바로 이들이었다.
PM이 사라지자, 회사 내부의 운영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1. 클라이언트 미팅이 줄어들고, 프로젝트 진행이 지연되었다. 팀 내부에서 소통의 어려움이 발생하며, 기존의 협업 방식이 점점 더 비효율적으로 변하고 있다.
2. 실무 건축가들이 설계 외에도 PM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건물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과 예산 조율까지 떠안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업무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다.
3. 시니어 디렉터들은 직접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역할을 해야 했지만, 이는 그들의 업무 성격과 맞지 않았고 비효율적이었다.
디자인과 영업, 일정 관리, 클라이언트 대응까지—이 모든 것이 집중되면서 내부 업무 강도는 한계치에 도달했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아직 그대로이다. 시니어 디자인 리더십은 여전히 펜을 놓지 않는다. 서류가방을 들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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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간의 경쟁과 생존 전략
한때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시애틀 등 주요 오피스들은 서로 협력하며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구조였다. 본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오피스가 지역별로 특화된 역할을 맡고, 필요할 때마다 인력과 자원을 조정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협업 구조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
“프로젝트를 가진 오피스만 살아남는다.”
레이오프 이후, 각 오피스들은 더 이상 하나의 회사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 샌프란시스코 오피스는 서부 지역 프로젝트를 담당했지만, 이제는 시카고, 뉴욕, LA 오피스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과거에는 협업을 통해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지만, 이제는 프로젝트를 두고 내부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 시애틀 오피스는 3년째 자체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한 채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 기생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도 시애틀 인력의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 뉴욕과 LA 오피스는 확장세를 보이며 신입 채용을 시작했다. 특히 뉴욕은 부동산 금융과의 협업을 강화하며 투자형 프로젝트를 늘리고 있고, LA는 텍사스 및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인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1. 프로젝트 리더들은 자신이 맡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하나의 프로젝트에 과한 시간을 투자한다.
2. 젊은 디렉터들은 프로젝트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오피스와 리소스를 공유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기존 디렉터들이 방어적으로 움직이며 자신의 직위를 보호하는 것과 달리, 젊은 리더들은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협업을 시도하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프로젝트 기획부터 클라이언트 개발까지 독자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팀은 이직 생겨나지 않는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 비즈니스, 스타트업 및 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을 시도하는 흐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변화를 조직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것은 여전히 남아있는 질문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조직은 결국 도태된다.”
회사가 여전히 기존 방식에 집착하고 있다면,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인재들은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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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스튜디오 체제로의 전환
결국, 회사는 ‘메가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스튜디오 구조는 유지 비용이 너무 컸고, 프로젝트 수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각 스튜디오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이에 따라 개별 스튜디오를 축소하고, 대형 스튜디오 하나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1. 중간 관리자들의 역할 축소
기존 스튜디오 리더들은 이제 독립적인 팀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스튜디오 내에서 한 파트를 담당하는 역할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각 스튜디오가 자체적으로 클라이언트를 관리하고 프로젝트를 운영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하나의 메가 스튜디오 안에서 통합되면서 개별적인 리더십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2. 프로젝트 기반의 인력 배치
과거에는 특정 스튜디오에 소속된 직원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인력이 배치되는 방식이 되었다. 이에 따라 한 사람이 여러 프로젝트에 걸쳐 일해야 하는 구조가 되면서, 실무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3. 디렉터들의 책임 증가
프로젝트가 없는 디렉터들은 더 이상 역할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고, 프로젝트 수주 능력이 곧 생존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었다. 이에 따라 디렉터들은 영업력과 네트워크 확장에 더욱 집중해야 하며, 단순한 디자인 리더가 아니라 비즈니스 마인드가 강한 전략적 리더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결국, 회사의 생존은 이제 ‘누가 프로젝트를 따내느냐’에 달려 있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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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건축가로 살아남으려면?
7번째 레이오프를 겪으면서, 나는 건축가로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제 단순히 ‘좋은 회사에 거 디자인’을 한다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1. 디자인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건축가는 단순한 설계자가 아니라, 비즈니스 감각을 갖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프로젝트의 예산과 시장성을 이해하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미적 디자인이 아니라, 경제적·기능적 가치를 최적화하는 디자인 전략이 중요해졌다.
2. 네트워크가 생존을 결정한다
오피스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강력한 협업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클라이언트 및 디벨로퍼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한 사람이 담당하는 역할이 점점 더 확장되고 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3.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기존의 오피스 개발 시장이 축소되면서, 도시 재생, 모듈러 건축, AI 기반 설계, 친환경 건축 등의 새로운 분야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테크 기업과의 협업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으며, 전통적인 설계 방식이 아닌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생존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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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레이오프를 겪으며 나의 개인적인 커리어에 대한 생각과 태도도 변하고 있다.
이제는 “조직“이 아니라 ”나의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 조직 내부에서 자신의 역할을 객관적으로 평가, 재정립해야 하고,
• 변화하는 흐름에 적응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며,
• 단순히 건축가가 아니라 나라는 브랜드와 비즈니스 마인드와 네트워크를 갖춘 전문가로 성장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변화 속에서, 나는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