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5. X-59-70
세심히 더빙한 (독특한 질감의) 리얼 드럼 사운드, 재즈와 트립 합(Trip Hop)의 뉘앙스를 머금은 베이스 사운드, 다변(多辯)한 톤을 구사하는 기타 연주, 무의식을 즉흥적으로 표현한 듯 들리지만, 놀랍도록 편곡과 단단히 얽힌 보컬 멜로디, 각운과 두운이 뚜렷한 가사를 (내재율 읊듯이) 적절히 플랫하게 노래하거나 샤프하게 노래하는 이이언의 보컬. 「Cold Blood」는 여전히 다른 밀도와 감흥으로 청자의 귓속을 침범한다. 이 앨범이 2000년대 초반에 나온 가장 매혹적인(지금도 유효한) 음악 언어를 발명했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이들은 (작곡 -편곡의 프로세스를 허문) 홈 레코딩, 혼합박자와 싱커페이션, 재즈 화성과, 트립 합(Trip Hop)의 비트감과 같은 (이들 손에 익은) 여러 ‘제도 도구’를 사용해 이 ‘폐곡선’ 안의 세계를 그렸다.
루이 암스트롱의 (텁텁하되 담백한) 보컬이 도드라진 원곡을 음각(陰刻)하여 해석한 듯한 (원곡의 감정적 역상[逆像]처럼 느껴지는) 「What a Wonderful World」는 이들의 관심사가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청자에게 확실히 인식시켰다. 이 앨범의 감수성을 언급하자니, 이들이 만든 감각적인 코드 워크나 박자는 재즈와 트립합 같은 장르에 충실했고, 이 앨범의 이론을 언급하자니, 이들의 독특한 감성 속에 깃든 뛰어난 직관이 툭 불거졌다. 이 앨범의 가사엔 ‘역설’이 꽤나 자주 등장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 앨범의 가사는 각운이나 음수율 같은 ‘법칙’에도 충실했다. 이들은 사운드 메이킹의 관점에서 이를 독특하게 활용했다. 「I am」 초반의 명사형 종결을 비롯하여, (수미상관의 가사로 이뤄진) 「날개」의 벌스를 거의 똑같은 글자 수 배치로 채운 대목은, (그로 인해 일어난) 어색한 문법과 모호한 감정을 독특한 뉘앙스를 머금은 표현으로 거듭나게 했다. 가사의 ‘시적 허용’마저도 타당한 당위성을 획득한 이 앨범의 독특한 사운드 설계는 연주곡 「Mixolydian Weather」에서도 엄격하게 지켜졌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더욱 더」는 마구잡이처럼 들리지만, 다분히 의도적인 리듬에 따라 배치한 사운드 덕분에 더욱 독특하게 들린다.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를 ‘장식’하는 언어 감각은 부정적인 단어에 경어체를 꼬박꼬박 달며 절묘한 감정의 뉘앙스를 획득했다. 콤플렉스에 천박하게 오염되지 않은 이 앨범의 절망은 정교하고 예술적이다. 「가장 높은 탑의 노래」의 가지런한 간결함과, 「날개」의 우울한 감정은 「카페인」이나 「자랑」과 같은 따스한(따듯하거나 뜨거운 감정이 아닌) 감정과 어우러져서 이색적인 사운드로 거듭났다. 이들은 청자로 하여금 자신들이 쌓은 사운드의 지층을 자세히 관찰하게끔 유도했다. 폐곡선 안쪽에 고인(수많은 뮤지션들이 은유와 자기 검열의 숲에 갇혀 미처 닿지 못한) 심연의 감정을 이들은 청자에게 천천히 일러줬다.
이들은 이와 같은 과정에서 (청자를 유도하기 위해) 자신들이 스케치한 연필 선을 구태여 지우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바로 그 점이 이 앨범의 ‘과도’한 사운드를 초래했지만, 이 앨범은 오히려 그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능숙한 ‘장인’이 만들었으면 (특유의 ‘결벽성’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만들지 못했을 미감을 이들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만들었다는 데에 있다. 이들의 시행착오가 오히려 이 앨범에 어울리는 ‘지나친’ 미감을 창안한 셈이다. 이 앨범의 아름다운 미로와 같은 사운드는 바로 이들의 시행착오가 충분히 걸어볼 가치가 있는 모험이었다는 사실을 똑똑히 증명한다. 경제적인 논리 하나로 앨범이라는 ‘소우주’를 재단하는 일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