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5. X-49-65
찬바람 부는 날에 시린 이 사이로 울음소리를 끝내 감출 수 없었던 사람만이 이 앨범의 비의(悲意)를 이해하리라. 이 앨범의 사운드는 실로 찬 바람을 머금은 듯이 비정하기 이를 데가 없으니까. 비단 가사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조윤석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햇살에 바래진 듯, 바람을 머금은 듯, 해사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까.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로크가 「새 : Band」를 노래하는 조윤석의 미련 섞인 고백을 (함께 들어간 드럼과 베이스 연주와 엇박자를 이루면서까지) 비정하리만치 끊어낸다면, 「새 : Acoustic」는 나일론 기타 연주가 숨소리를 더 섞은 이규호의 목소리에 겨울 햇살을 한 움큼 더했다. 하나의 곡으로도 다른 풍경을 자아내는 이 앨범의 신비(神秘)는 ‘가난한 고향 마을’을 곁들이는 (이소림의 오보에 연주 솜씨가 일품인) 「풍경은 언제나」나, ‘노랗게’ 곰삭은 「나의 하류를 지나」와 같은 곡과 어우러져 이 땅에 착 내려앉는다.
이 앨범의 수록곡 중에 몇몇 곡은 그가 ‘미선이’에 몸담았던 시절에 만들어진 곡이었다. 그는 이 앨범을 ‘미선이’의 ‘사이드’ 작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이 썼던 곡들을 이 앨범에 한데 엮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은행나무 숲」과 「해바라기」에서 더욱 (아찔하게) 일렁거리는 ‘이 속 쓰림’은 「너는 내 마음속에 남아」를 더욱 앙상하게 만들었다.
「take 1」 이후로 이 앨범은 말이 사라졌다. 속 쓰림의 끝에 다다른, ‘구호’만이 남은 이 세계 속에선 묘한 살풀이와 이상한 위안이 한데 공존한다. ‘모든 게 우릴 헤어지게 했다’는 서정적인 독설은 구호로 치장한 김정찬의 랩과 서정적인 유은정의 허밍으로 산산이 쪼개져 흩어졌다. 누군가는 이 노래를 앨범의 최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새’에게서 ‘새’로 돌아오는 이 순환의 감정은 결국 ‘모든 게 우릴 헤어지게 했다’는 결론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살아 있는 우리는 그 ‘죽음’의 세계로 되돌아갈 수 없다.
(어찌 보면 시끄러운 ‘알람’ 소리처럼 작용하는) 「take 1」이라는 육중한 문 뒤에 갇힌 ‘화자’를 뒤로 하고, 앨범은 두 곡의 연주곡을 연달아 청자에게 들려준다. 청자가 저 너머에서 발견한 ‘일렁임’을 이 두 연주곡은 전적으로 음악 쪽에 맡겨 놓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너무나 구체적이고 섬세한 제목인 (나일론 기타로 연주한 연주곡) 「Why Do I Need Feet When I Have Wings To Fly?」와 너무나 간결해서 산뜻한 제목인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한 연주곡) 「Outro」는 되레 너무 간결하고 정갈해서 보다 인상적으로 들린다. (물론 「take 1」을 들은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러겠지만.)
찬바람 속에서 쭈그리고 앉아 울거나 토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마에 차가운 손등이 머물다 간 순간을 너무나도 잘 기억한다. 나 역시도 그 순간을 매우 잘 기억한다. 술에 취해 몸을 덥히는 일이 실은 몸을 식게 만드는 일이라는 점을 잘 안다고 해도 우리는 결국 술을 마신다. 이 앨범을 듣는 일이 내 몸을 덥히는 일이 아니라 실은 내 몸을 식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그러나 우리가 술을 우리 삶과 완벽히 분리할 수 없듯이, 우리는 이 아름다운 독필(禿筆)의 세계를 완벽히 끊어낼 수 없다. 그게 바로 사람이니까. 그게 바로 사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