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8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송약사의 와인 이야기 - 8

포도 품종에 관하여

by 블루머쉬룸 Dec 28. 2024
아래로


 와인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와인 입문자 분들은 아마 대표적인 포도 품종의 이름과 특성을 외우는 것으로 시작하실 것 같은데요. 물론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낫죠. ​하지만 실제로 다양한 와인들을 마셔보면 머리로 외운 ‘품종 별 특징적 맛과 향’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느끼실 거예요.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요.


브런치 글 이미지 1

 ​첫째, 여러 가지 품종들을 섞어서 만드는 blended 와인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에요.

 만약 Canernet sauvignon 60%, Merlot 35%, Cabernet Franc 5%가 섞인 와인을 마신다고 가정해 보아요. 과연 우리가 각각의 품종의 특징을 60%, 35%, 5%의 강도로 느낄까요? 그럴 리가 없죠. 인간의 감각은 자극을 통합적으로 받아들이니까요. 인간의 코와 혀는 원심분리기가 아니에요.

 둘째, 토착 품종들의 대거 등장입니다.

 1970년대에는 프랑스의 AOC와 이탈리아의 DOC에 해당하는 품종들만 외우면 충분했다고 합니다. 당시 와인계는 Champagne, Bourgogne, Bordeaux, Piedmont 지역의 와인들이 지배적이었으니까요. 이 지역에서 사용하는 품종들이 현재도 널리 알려진 Cabernet sauvignon, Cabernet franc, Merlot, Pinot noir, Chardonnay, Nebbiolo 등등이에요. 이때는 다른 지역에서도 앞다투어 이 품종들을 심기 바빴죠.

 하지만 오십여 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생산자들은 자신들의 terroir를 표현하기에 토착 품종들이 훨씬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기존의 유명 품종 대신 토착 품종을 심고 재배해요.

 셋째, 생산자의 개성입니다.

 물론 각각의 포도 품종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생산자가 어떻게 포도를 재배하고 어떤 철학으로 와인을 만드냐에 따라 맛이 정말 많이 달라져요. 예를 들면 같은 Riesling으로 만든 와인이라 해도 평지에 촘촘히 심은 포도로 대량으로 만든 와인과 가파른 비탈에서 힘겹게 자라는 포도를 손수확해서 만든 와인은 맛이 확연히 달라요.

 영화에 비유하자면 생산자가 감독이고 포도품종은 배우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흔히 인기 있는 배우에게 먼저 관심을 주지만 영화의 스타일은 감독의 개성과 철학을 따라가기 마련이죠. 명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어울리는 좋은 배우를 잘 골라야 하며 좋은 배우는 영화에 따라 다른 매력을 드러낼 줄 알아야 합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와인을 알기 위한 방법 중 어떤 것도 코르크 마개(혹은 스크루캡)를 여는 것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대표 포도 품종을 머리로 암기하는 대신 다양한 와인을 많이 마시다 보면 본인 마음에 드는 와인들이 나타날 텐데요. 그런 와인들의 포도 품종과 생산자의 와인메이킹 방식 등을 찾아보시면 훨씬 더 즐겁게 와인을 알아가실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작가의 이전글 블루머쉬룸 일기 -4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