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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히로, 고시엔, 즐거웠어.

남자친구를 대신해 고시엔에 간 소녀 이야기

by 야구소년

2013년, 제95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미야자키의 강호 노베오카 학원이 고시엔의 결승 무대에 올랐습니다. 개교 이래 첫 고시엔 결승,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는데요. 경기 결과는 아쉽게도 마에바시 이쿠에이에 4-3, 한 점 차로 패배하며 우승을 놓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고시엔에서 보여준 진격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습니다. 결승전 종료 이후 노베오카 학원의 매니저이자 기록원으로 벤치에서 함께하고 있었던 마키노 나오미는 인사를 마친 후 자신의 팔찌에 손을 대고 말했습니다.

마사히로, 고시엔, 즐거웠어.

과연 그녀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요?

마키노 나오미 c.아사히 신문

마키노 나오미와 그녀의 남자친구 후지이 마사히로는 중학교 입학식 때 처음으로 만난 사이였습니다. 나오미는 마사히로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중학교 3학년 봄부터 둘의 사이는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10년 8월 2일, 마사히로가 수난사고로 강에 빠져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었습니다.


마사히로는 생전 야구를 하며 "고시엔에 가서 프로야구선수가 될 거야"란 말을 줄곧 해왔습니다. 중학교에서도 중심선수로 활약하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던 그였기에 그의 죽음은 주변의 많은 이들을 아프게 했습니다. 특히 여자친구였던 나오미 역시 이런 그의 죽음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고 그의 관에 10장의 편지를 넣을 정도로 가슴 아파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는 결심했습니다. 꿈을 이루지 못한 그의 남자친구 대신에 고시엔에 간다고 결심한 것이었습니다.

노베오카 학원 c.마이니치 신문

나오미는 마사히로가 항상 꿈꾸던 학교였던 노베오카 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노베오카 학원 야구부는 여자 매니저를 모집하지 않아 바로 정식 입부가 이루어지지는 못했습니다. 감독 및 담당 선생님 역시 나오미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나오미는 '자율 참가' 형식으로 1학년 봄부터 야구부의 연습에 함께했습니다. 청소부터 세탁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야구부를 도왔고 그해 12월, 감독으로부터 춥지 않냐는 말과 함께 야구부 점퍼를 받으며 정식 입부를 인정받았습니다.

마키노 나오미 c. 마이니치 신문

그렇게 정식으로 노베오카 학원 야구부의 매니저가 된 나오미는 계속해서 야구일지를 기록하며 남자친구의 꿈에 한 발짝씩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고시엔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매니저로서 정식으로 입부한 이후의 첫여름이었던 2012년, 노베오카 학원은 미야자키 현 대회 준결승에서 당해 고시엔에 출전하는 미야자키 공업 고등학교에 7-2로 패하며 고시엔을 두 걸음 남겨둔 채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후 센바츠로 향하기 위한 춘계대회에서도 준준결승에서 패하며 남자친구 대신에 꿈을 이루겠다던 나오미에게 남은 기회는 3학년의 마지막 여름, 단 한 번이었습니다.

노베오카 학원 c.마이니치 신문

마지막 여름, 노베오카학원은 '진격'을 이어나갔습니다. 첫 경기에서부터 내리 3경기를 모두 10 득점으로 승리했고 준결승전에서는 미야자키의 고시엔 단골 팀인 니치난 학원을 상대로 5-2 승리를 거두며 꿈의 고시엔까지 단 한 경기만을 남겨놓게 되었습니다. 결승전 상대는 세이신 우르스라 학원, 서로 점수를 주고받는 팽팽한 경기는 6대 6의 스코어로 연장전에 돌입했고 10회 초 공격에서 한 점을 얻고 이를 막아내며 신승으로 나오미는 매니저로서 남자친구의 꿈이었던 고시엔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고시엔에서도 노베오카 학원의 진격은 계속되었습니다. 첫 경기에서부터 지유가오카 학원을 상대로 4-2 승리를 따냈고 이어진 도야마 다이이치와의 경기에서도 5-4 끝내기 승리, 그리고 우승후보로 불렸던 하나마키 히가시에 2-0 승리를 거두며 여름의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승에서는 아쉽게도 마에바시 이쿠에이에 4-3 한 점 차로 패하며 준우승으로 여름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마키노 나오미 c.baseball time

나오미는 벤치에서 항상 마사히로와 교제 3개월 기념으로 함께 맞추었던 팔찌를 가슴 포켓에 넣어두고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결승전에서는 앉아있지 않고 서서 기록하며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았고 자신이 설 수 있는 최전선에서 팀원들과 함께했습니다. 경기 종료 후 나오미는 팔찌를 꺼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마사히로, 고시엔, 즐거웠어.

미야자키로 돌아가 나오미는 마사히로의 아버지께 고시엔의 흙을 드렸다고 합니다. 남자친구를 대신해 그의 꿈에 무대를 밟은 한 소녀의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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