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둘인데 8시 30분 육퇴라고요?
"저는 아이를 재워주지 않아요."
내 말 한마디에
주변 사람들이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눈썹을 추켜올리며 나를 쳐다봤다.
(급 핵인싸 분위기 무엇)
궁금함도 있었겠지만
마치 아동학대라도 하는 사람처럼
아니꼬운 시선도 함께 느껴졌다.
(더위 사라지는 중)
(싸늘)
본인 아이는 1시간씩 옆에서 재워줘야 잔다는 엄마가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그게 가능해요?"
"우리 애는 저 없으면 못 자거든요."
(엄마 애착인형 썰)
다른 엄마가 말을 덧붙였다.
"저는 제가 애기 없으면 못 자요."
(가지가지)
(이번엔 애기 애착인형 썰)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아이가 엄마를 찾을 수도 있고,
(처음엔 우리 애도 이랬다.)
엄마가 아이를 찾을 수도 있다.
(난 아님^ㅗ^)
(매정)
내가 생각하는 수면교육은
스스로 잠들 줄 모르는 아기에게
스스로 자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 단순)
사실 내가 수면교육에 돌입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남편이 1주일에 3번-4번은
야근과 회식을 하고 늦게 들어왔기 때문.
어떻게든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야 했고,
나에게 수면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수면 전쟁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크헉)
코로나 시국에 어린이집도 다니지 않는 아이를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돌보는 게
여간 에너지를 빼앗는 일이 아니었다.
(내 집 현관문 여는 것도 찝찝하던 그 시절...)
(라떼 진하게 말아먹는 중)
어떻게든 살아남아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수면 교육이었다.
(남편 덕분에 뜻밖의 재능 발견)
(남편아 고오맙다아아...^ㅗ^)
(수면 조련사 탄생 비화)
(쿨럭)
나의 수면교육은
조리원을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조리원에서 수면교육의 바이블
'베이비위스퍼 골드'와 '똑게육아'를 열공했다.)
(이미 조리원 퇴소와 함께
남편의 무도움 육아는 예정되어있었기에...)
수면 전쟁이라 쓰고
먹-놀-잠 전쟁이라 읽는다.
먹 - 놀 - 잠
뭐 대단해 보이지만
딱 놈팽이 일상이다.
(우리 남편의 워너비 일상)
(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이마저도 교육)
먹놀잠이란?
먹고 놀고 자고의 줄임말이다.
이 전쟁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베이비타임'이라 불리는 어플에
먹놀잠 라이프를 기록했다.
<조리원 퇴소 후의 주간 먹놀잠 사이클>
핫핑크와 노랑과 연두는 '먹'
(핫핑크는 모유 직수, 노랑은 분유,
연두는 유축한 걸 수유)
하늘색은 '놀'
(유의미한 놀이가 아니어도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
보라색은 '잠'
(갓 출산한 엄마에게는 가장 중요함)
(새벽 시간에 수유 횟수가 많을수록
산모는 좀비가 되어간다.)
이렇게 먹놀잠 사이클을 기록하면서
수유량을 늘려가며
아이가 통잠을 잘 수 있게끔 유도했다.
먹놀잠 사이클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수면 시간에 '수면의식'이라 불리는,
고대 제사장들이 했을법한
신성한 의식이 아기 침실에서 거행된다.
오른쪽 막대그래프 18 이후에
연한 하늘색 표시가 목욕시간이다.
대략 6시 30분~7시경에 목욕을 시켰다.
(시간대는 상관없다.)
(아이에게 루틴 만드는 일이 중요함)
목욕 직후에는 바로 주황빛이 들어오는
무드등 하나만 방 안에 켜두고
아기를 하늘에 바치듯 어두운 방 안에서
아기 로션과 오일을 몸 전체에 발라주면서
부디 오늘 밤에는 통잠을 자길 기원한다.
(마사지를 가장한 통잠 기원 의식)
신생아 때는 마사지를 마치면 스와들업을 입히고,
그 후에는 내복을 입히며
이제 곧 잘 거라고
친절하게 반복해서 이야기해 줬다.
(곧 찾아올 자유를 상상하며)
(없는 상냥함까지 만들어내 본다.)
"이제 곧 잘 거야. 스스로 자는 거야."
(제발...)
"ㅇㅇ이는 잘 잘 수 있어~"
(나를 위한 최면 수준)
그러면서 '쉬~~' 소리를 내준다.
(백색 소음 효과)
(너무 많이 하면 엄마가 쉬 마려움 주의)
(^ㅗ^)
(유튜브 백색소음 재생 추천)
백색소음에도 아이 눈이 말똥말똥하다.
(이런 된장)
이러다 아이보다 내가 먼저 잠들 기세다.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안아서
좌우로 살살 흔들며
내가 먼저 하품을 해댄다.
(빨리 자라는 무언의 압박)
이렇게 10분, 20분 정도 노동을 하다 보면
아이가 하품을 하며 졸려한다.
(오케바리)
잽싸게 준비해 둔 쪽쪽이를 입에 물리며
아기침대 위에 살포시 내려놓고
토닥토닥해주며 쉬 소리를 내준다.
(하루 중 가장 심장 쫄깃한 순간)
이걸 매일매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안아서 재우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시간 쌓기를 반복.
100일~150일 사이에 이런 수면 사이클이 완성된다.
어쩌다가 한 번씩 새벽에 울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엄마가 살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된다.
내가 방에서 아이를 데리고 자는 것은
모유수유를 중단하는 시점까지였다.
6개월 정도부터 단유를 하면서
아이 방 하나를 따로 두고
분리 수면을 시작했다.
아이가 뒤집기, 되집기가 가능하고,
앉을 수 있는 시점이기에
수면 카메라만 두고 아이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며
혼자 자는 연습을 시켰다.
아이는 졸리면 스스로 침대로 기어가서
범퍼침대 안으로 쏙 들어가서 스스로 잠들곤 했다.
(개이득)
걸을 수 있을 때부터는
잠이 오면 스스로 침대 방으로 걸어 들어갔고,
문 손잡이에 손이 닿을 때부터는
7시가 넘으면 스스로 인사를 하고
문 닫고 들어가서 잤다.
(수면교육 신화)
그렇게 아이 한 명이었을 때는 7시 육퇴,
아이가 2명이 되면서는
큰아이 개월수에 맞추어 8시 30분 육퇴를 하고 있다.
(현재 만 2세, 4세)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는 아이들.)
육아 전쟁 중에 어쩌면 부모의 삶에 영향을 크게 주는 게
수면이지 않나 싶다.
가끔 유튜브에 아이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고
나갔을 때 아이가 울다가 잠이 들면
그 시간의 길고 짧음과 관계없이
부모를 비난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정작 그 댓글을 다는 이들은
수면전쟁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자일 것이다.
나는 아이가 졸릴 때의 울음을
스스로 잠들지 못하는 괴로움의 울음이라고 보고
불안하지 않게 스스로 자는 법을 옆에서 알려주며
그 시간을 함께 버텨주는 것이 수면 교육이라 생각한다.
(오.... 내가 말하고도 멋짐)
(ㅋㅋ)
오히려 분리수면 영상을 보면
그 부모의 노고에 박수를 쳐주고 싶은 1인이다.
실제 내 주변에 사람들도
처음에는 우려 섞인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은 수면교육 방법을 전수받고 싶어 한다.
(별 거 없다.)
(그냥 반복해서 수면 루틴을 만들어 주는 것일 뿐)
아이가 숨넘어가게 우는 걸 방치하는 게 아닌 이상,
아이 정서에 특별한 영향은 없다.
오히려 부모의 삶의 질이 떡상할 뿐.
(올레!)
오늘 이 글을 접했고,
아직 아기가 어리다면
당장 수면 루틴을 만들고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보길!
그것이 수많은 육아 전쟁 속에서 가장 달콤한
휴식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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