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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외출이 두려운 이유

대문 밖 시어머니들

by 글로업

시댁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라는 작품에서


나는 시댁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놨었다.

(투 머치 진솔)

(컥)




우리 부부는 시댁의 횡포에서 벗어나


우리 4명에게 집중하는 평화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렇게 나와 우리 가족에게


잔잔바리 일상만이 남은 줄 알았다.

(크나큰 오산)







아이들이 어릴 때는 코로나가 심해서


자유로운 외출이 어려웠다.

(어느 식당에서 몇 번 확진자가 나오던)

(라떼 시절 이야기)




그러다가 코로나가 조금씩 누그러지자


바깥공기를 마시고 싶은 욕구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유모차를 끌고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힐링이었다.


바깥공기가 이렇게 달콤했나.




괜히 지나가는 사람들 얼굴도 한 번씩 쳐다본다.


내 기분 탓인지 사람들 표정도 밝아 보인다.




가을이라 선선한 날씨 속에


공원에 있는 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쾌한 공기가 코끝에 닿는다.




'이게 진정한 자유지.'

'앞으로 내 인생은 꽃길인가 봐.'

혼자 속으로 생각한다.






토끼춤이라도 추는듯한 가벼운 발걸음으로


유모차를 밀고 가던 중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가 맞은편에서


유모차를 유심히 보고 계심을 눈치챘다.



할머니 가까이로 유모차를 밀고 가는데


유모차에 머무르던 시선이


갑자기 내 눈동자로 향한다.

(????!!!!!)




"애기 발 시려~~"

(버럭)


깜빡이도 켜지 않고


옆차선 넘어온 차량같다.

(워워....)

(살살 좀 말 해주이소)




당황함 한가득 안고 내려다본 유모차.


아기 발이 까꿍하고


양말도 신지 않은 채 나와있다.




가을 날씨라 그렇게 덥지도 춥지도 않은데...


다행히 기저귀 가방 안에 들어있던


여벌 양말을 얼른 꺼내 신겨줬다.




(훗 내 준비성 보소!)



몇 년간 잊고 지냈던 자기애를 한껏 뽐내며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카페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예술의 전당 클래식 공연 저리 가라다.


모든 것이 완벽!


완벽 그 자체다!









덜거덕 덜거덕

(유모차 바퀴 굴러가는 소리)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공원 한가운데에


유모차를 잠시 멈춰 세웠다.



아이가 잠잠해진 사이


잠시 벤치에 앉아 밀린 카톡을 본다.





헉헉헉헉

(????)


거친 숨소리에 앞을 바라보니


공원 중앙에 있는 트랙을 도는 러너 아저씨다.

(운동 참 열심히 하시네...)

(운동해야 할 사람은 여기 앉아있는데...)




아저씨가 내 시선을 느끼셨는지


한마디 하셨다.


"애기 엄마!

이쁜 애기 놔두고 왜 폰만 보고 있어요?"


(폰????)

(이제 겨우 벤치에 앉은지 5분인데?)



"요즘 젊은 엄마들은 폰을 참 열심히 해요~"



전직이 바가지 장사였는지


아저씨가 내 속을 박박 긁어놓고


트랙을 따라 유유히 사라지셨다.

(후)

(가다가 꼭 넘어지세요 아저씨)

(^ㅗ^)








다시 폰을 보려다가 자꾸만 아저씨 멘트가


귓가에 메아리처럼 울려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열받)



탁!!!!!

(유모차 브레이크 푸는 소리)



내 감정을 브레이크 푸는데 써버려서


아기가 놀라서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뿌에에에에엥~~~~"

(아놔....)

(나도 울고 싶다.)








아이를 안고 유모차를 한 손 핸들링 하는 것보다


빨리 집으로 유모차를 끌고 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열심히 집으로 가고 있는데

(도보 5분 거리)



그 사이에 50대는 되어 보이는 아줌마 두 명이


시선을 유모차에 꽂은 채 걸어오고 계신다.

(불길)

(제발 관심 갖지 말아 주세요...)

(저 혼자 있고 싶어요....)



"아니 애기 엄마~"

(?!!)

(또 올 것이 왔다.)



"애기 더워~~"

(아까 어떤 할머니가 춥다고 그랬다구요...)


"그리고 애가 울면 좀 안아주세요."

"애기 정서에 안 좋아요."

"우리도 다 애 키워봐서 알아~"


반말과 존댓말을 묘하게 섞어 쓰며


딸 뻘로 보이는 나에게 설교를 시작한다.

(오은영 박사님이 따로 없다.)




아하하하....


멋쩍게 웃으며 맞받아쳤다.


"애기 배고파서 그런 거예요. 그럼~"


대충 꾸벅 인사를 하고


아파트 정문을 통과해서 공동현관 앞으로


유모차를 밀고 우다다다 뛰듯이 걸어갔다.

(뭔 소리래...)

(뛴 것도 아니고 걸은 것도 아닌...)

(아무튼 그 중간 스피드^^)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풀기 전


우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


비밀번호를 누르려는데


구름에 가려져있던 햇빛이 우리를 비춘다.

(내 속도 모르고...)

(아까보다 화창해진 날씨)



비밀번호 숫자 마지막을 누르려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불길)

(오지 마 오지 마....)




"애기 얼굴 찌푸려요..."


"이런 날은 모자라도 씌워줘야지...."

(아까는 해가 없었단 말입니다....)



같은 입주민이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잔소리 한가득을 듣고


집에 도착했다.







30분 외출하고 30년은 늙어서 들어왔다.


내 인생에 시어머니는 한 명뿐이라 생각했는데


내 집 밖의 시어머니들 덕분에


대한민국 노령화 지수가 미약하지만 상승하는데 일조했다.

(뿌듯(??!!))



육아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숨 쉴 구멍을 찾아야 했다.

(살려줘~~)




열심히 숨 쉴 틈을 찾던 중


기가 막힌 도피처를 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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