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
외출할 때 무엇을 주로 챙기게 되나요?
대개 핸드폰, 지갑등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겠지요.
보태어 치매아버지의 간식을 챙겨놓지 않고는 잠깐의 외출도 쉬이 할 수 없어요.
신발을 신고 나서다가도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고요.
가스 중간밸브까지 꼭꼭 잠궈야 안심하는 부엌데기 아줌마 근성보다 질지고 질긴 마음의 심줄이 따로 있거든요.
아버지가 낮동안 거실에서 tv시청을 하면서 간식이 눈앞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아버지는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드시는 편이라 음식을 준비하기에도 큰 어려움이 없어요.
뇌졸증치매파킨슨 병이 한몸에 들끓어도 여태껏 입맛을 놓지 않고 꾸준히 잡수시는 모습이 날마다 든든하고요.
먹는 즐거움이 아픈 아버지에게 남아있는 최고의 기쁨인 것을 손금처럼 알게 되기도 하였고요.
어제와 오늘이 다른 이유, 하루를 살아가는 맛과 멋까지도 모두 먹거리에 쏠려있는 아버지의 시간이지요.
그런 사정을 알기에 아버지의 간식거리를 소홀하게 준비할 수가 없는 노릇이에요.
전복죽, 팥죽, 호박죽 등은 아버지가 즐겨드시는 죽이고요.
"싱거워."
음식 타박은 도통 하지 않는 아버지에게 단 하나의 불만은 소금간이 약하는 푸념이에요.
그럴 때마다 박하게 보일만큼 티스푼으로 구운 소금을 아껴 아껴 아버지의 밥상에 얹어놓아요.
먹거리를 줄세워놓고 돌아서 나오다가 집 앞 개천에 외로이 서 있는 황새 한마리를 우연히 만났어요.
개울가 가장자리 살얼음은 모두 봄볕에 녹았지만 흘러가는 개울물은 분명코 따스하지 않을 것을 알 듯 했어요.
받짇고리 안에 누운 무명실만큼 얇은 두 다리로 찬 물에 발을 담그고 등을 보이고 서 있는 뒷 모습이었어요.
아! 그 뒷모습이 누구와 닮았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요.
황새의 등허리를 처음 본 사람이 되어 보고 또 보면서 확인을 하고 싶었고요.
사람의 눈길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겠지요.
두 눈으로 쏟아지는 바람 소리도 황새에게 들렸을지 모르겠어요.
황새는 가만히 등돌린 상태로 한 두 걸음 걷는 듯 하였어요.
곧이어 황새는 날개를 활짝 펴고 훨훨 부드러운 날개짓으로 공기사이를 가르면서 건너편 나뭇가지로 도망치듯 날아가버렸어요.
아버지의 등을 그대로 매달고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황새의 이미지가 강렬하여 자작시를 지어보았어요.
아버지라는 맞춤법을 내려놓고 아부지로 표기하여 친근감을 살려보았어요.
(평소에도 입말로 아버지를 불러 본 적이 없기도 하고요)
글쓰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맞춤법이지만 시적 허용이라는 가장 넓은 언덕에 기대어 보면서요.
오퍼센트, 자작시 『황새아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