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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천

by 부불리나

정릉천




백제약국 간판을 보며 짜장면을 먹어요 잘 먹었으니 이제 좀 걸을까 담배나 한 대 피우자는 사람들과 커피나 한잔하자는 사람들로 천변이 붐벼요 새똥이 휘갈겨진 곳 고개 들면 어김없이 새가 있고 어떻게든 천변을 건너려는 연인들이 푸드덕 여름을 흐르던 물이 입 모양만 바꿔가며 졸졸졸 겨울을 나요 나비 모양의 유빙이 마른 물풀의 어깨를 건드려요 건드리면서도 용케 비위는 상하지 않게 넌 재수가 좋구나… 하며 들여다본 물속엔 작년의 재작년의 낙엽들 눈금보다 가벼운 것들이 물을 껴안고 가라앉아요 물속에 몸을 푹 담그고 코빼기만 내놓은 돌이 숨을 몰아쉬어요 입김으로 녹여도 오타를 내는 손가락 눈사람을 그리다가 물사람을 그려서 자꾸 지워지는 눈동자들 한 번쯤 돌이키고 싶은 마음이라 오늘 천변엔 파도가 높을 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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