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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나를 끌고 다녔다

by 부불리나

꽃이 나를 끌고 다녔다




피는 줄 몰랐는데 다 졌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답장이 온다. 마트에서 만난 사람이 병원에서 만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한다. 단정한 추락이야. 블라우스를 차례로 풀어헤치는 일. 다 내려와서 돌아보면 벽처럼 보이는 계단. 창경궁 앞에서 고수를 얹은 쌀국수를 먹는다. 여긴/이팝나무/꽃이/장관이야. 이빨로 끊어가며 맥락을 읽는다. 병원에서 만났던 사람이 이런 데서 또 만나다니 감사하다고 한다. 빈 병이 내 병을 설명하는 기분. 빛이 빚을 갚는 기분. 졌지만 봐준 것 같은 기분. 언제 묻었는지 모를 기분들을 꽃으로 닦는다. 꽃이 나를 끌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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