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정 산책

by 부불리나

감정 산책



산딸나무꽃이접히기시작했다


거미줄엔

꽃 없는 꽃 귀 없는 귀

나는 아직 양산을 펴지 않았고 파란하늘이 묽어질까봐

수돗물을틀지않았다


보도블록의 금을 밟으면 어젯밤 꿈이 출렁

중앙선을

툭툭 차며 걸었다


까치발을 해도 까치가 나를 모른 척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나에게 안녕?


내 목덜미가

햇빛 잘 드는 창이 될 거라며

개미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입술을 오므렸더니

기침과 휘파람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검정 페인트 냄새가

덜 마른 기억들을 꺼내어

찰칵,

젤리로 만든 어둠이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거미잠을 자는 동안

나는 하나의 이름이 무거워


산딸나무꽃귀마개를샀다








keyword
이전 08화정릉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