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수선
구두 수선
이곳은 우주정거장이다
정적에 놓인 비행체가 두 대
사각의 지붕에 빗물이 떨어지고
관제사는 항로를 수정한다
두 대의 비행체는 잠시 계류 중이다
엔진이 꺼진 비행체는 너머가 없다
두 비행체의 항로는 줄곧 엇갈렸다
비행체1은 앞이 벌어졌다
비행체2는 뒤가 기울어졌다
항적이 다르면 표정도 달라지는 것일까
떨어져 나간 꼬리날개의 표정은 안온하다
전방을 잃은 비행사의 입에선 한숨이 새어나온다
그때 굵은 빗줄기가 우주정거장을 난타한다
유리창 너머로 비행체들이 속도를 줄인다
닫힌 정거장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요해서
바깥은 우주가 맞을까, 비로소 두 비행사는 마주본다
비행체1은 톱니 같은 화염을 감추고 있다
맞은편 비행체2는 평화로운 지평선을 내장했다
지평선 너머로 화염이 넘어가는 풍경의 당사자들이다
비행체1이 먼저 떠나고 비행체2는
새로 장착한 꽁무니를 흔들어 본다
문이 열리고 빗소리가 온 사방에 가득할 때
몇 개의 풍경을 젖히고 나아가던 비행사는
문득 속도를 멈추고 뒤돌아본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아늑한 정거장이 거기 있다
수선도 적선도 아닌 그저 지나온 항로를 점선으로 그려본 시간
출발은 멈춤에서 시작된다
좌초한 수많은 이륙을 착륙장으로 쓰라고 우주정거장이 있다
앞서간 수많은 멈춤을 이륙장으로 쓰라고 우주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