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 제발 저놈 좀 안보이게 치우거라!

by 기억흡수

‘피슈욱-’


“으, 으응?”


생각한 폭발의 반도 못 미치는 작고 얇은 소리에 코우나이의 호탕하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그때였다.


“뭐···, 뭐야 이 빛은?!”


원래 화옥이란, 불꽃을 일으켜 화공에 쓰거나 적의 추격을 저지하는 용도였다. 하지만 카츠류우가 개량한 화옥의 성능은 전혀 달랐다. 타오르는 붉은빛이 아니라, 오히려 냉기를 머금은 듯한 푸른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카츠류우는 오래전 일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도깨비불···.”


코우나이는 자신의 손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카츠류우가 만든 개량형 화옥의 첫 시연이 성공한 것이다.


“이건··· 정말이지 도깨비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구나, 이거 보통 물건이 아니잖아? 크하하하! 이런 식으로 성공할 줄이야. 역시 내 제자구나!”


코우나이는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카츠류우의 어깨를 거칠게 두드렸다.


“이봐, 넌 정말 놀라운 놈이야! 내가 생각도 못 한 걸 단 하루 만에 완성하다니.”

“전부 스승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제가 한 건, 약간의 변화를 준 것뿐입니다.”

“약간의 변화? 아니지, 청석은 예민하고 위험한 재료다. 제조가 과하거나, 그 비율이 조금만 어긋났어도 네 녀석 머리는 나처럼···.”

“스승님도 무슨 그런 악담을···! 푸른 불꽃이라니, 정말 눈을 뗄 수가 없어!”


칠흑같이 검은 미카즈키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개량된 화옥의 푸른빛이 스며들어 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카츠류우는 미카즈키의 모습을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것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미카즈키가 푸른 불꽃을 바라보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고, 코우나이는 카츠류우를 바라보며 대견한 듯 미소 지었다.


“잘 생각해 봐. 화옥의 발화는 강하지만, 결국은 그저 불덩이일 뿐이지. 하지만 이 신비로운 불꽃은···. 적들의 사고를 잠시 멈추게 할 게야, 전장에서 그 찰나의 순간은 특히 우리 닌자들에겐, 아주 치명적인 순간이지···!”


미카즈키가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이며 동의했고 코우나이는 우쭐대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푸른 연기를 보거라. 기존의 연기와 교차로 사용한다면 멀리서도 즉각적인 신호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미카즈키는 여전히 푸르게 타오르는 개량형 화옥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름을 지어주자, 이 아름다운 구슬의 이름을···.”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카츠류우가 대답했다.


“귀신 시바타. 적들은 전장에서 아버지를 이렇게 불렀지. ‘귀옥(鬼玉)’은 어때?”

“오··· 좋은걸? 이 푸른 불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귀신에 홀린 듯하니 딱 어울리는 것 같아.”

“귀옥이라, 귀신 시바타의 아들이 만들어 낸 것이 귀신이로구나, 크하하하!”


세 사람이 떠드는 사이 어느새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공터 전체가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이다. 귀옥에서 피어오른 불꽃과 연기는 무심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안개와 뒤섞이며 하늘 높이 퍼졌고, 달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냈다. 기이한 현상을 접한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두 신기한 듯 하늘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저게 뭐지?”

“푸른 안개가 마을을 감싸다니, 좋은 건가?”

“코우나이가 또 무슨 일을 저지른 게 분명해.”


잠시 후, 사이카슈의 원로 야마자키가 놀란 눈을 비비며 헐레벌떡 뛰어왔다.


“이건 또 무슨 짓거리냐, 코우나이!”

“장난이 아닙니다, 어르신! 엄청난 성과입니다.”


코우나이가 자랑스럽게 대답하며, 카츠류우를 가리켰다.


“이 신비로운 푸른빛은 바로 저의 제자, 카츠류우가 만들어 냈습니다.”

“끄윽···, 그 녀석이 말인가?”


바로 그때, 인파가 갈라지며 사이카 마고이치가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공손히 길을 비켜주었다.


“보고하도록.”


마고이치가 조용히 묻자 코우나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신이 난 목소리로 설명했다.


“대장, 카츠류우 녀석이 기발한 구슬을 개발했습니다. 푸른 불꽃과 연기를 내는 ‘귀옥’이라 합니다.

폭발력은 약하지만, 불빛이 오래 지속되고 특유의 연기를 만들어냅니다.”


마고이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낮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전술적 가치는?”

“밤낮 가리지 않고 신호로 사용이 가능하고, 푸른 불꽃은 적의 시야와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특히 닌자 전술에서는 그 찰나의 교란이 생사를 가르겠지요.”


마고이치는 가만히 카츠류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훌륭하다. 이것을 ‘귀옥’이라 부른다고 하니, 그 이름마저도 적절하구나. 네 부친께서 살아계셨다면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이 귀옥이 있다면 우리들은 더 많이 살아 돌아올 수 있겠지. 오히려 내가 감사를 표해야 하겠구나.”


사람들이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마고이치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칭찬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사이카슈의 원로 야마자키도 마음이 누그러진 듯했다. 그는 카츠류우에게 다가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크흠···, 어쩌면 내가 너를 오판했을지도 모르겠구나.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이 살 수 있다면···, 그건 확실히 가치 있는 일이겠지.”


카츠류우는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그림자 마을에서 자신을 가장 싫어하던 원로에게서 인정받은 것은, 결코 작지 않은 승리였다.


“하나, 네 놈을 완전히 인정한 것은 아니니, 긴장을 늦추지 말거라!”

“네, 더 노력하겠습니다.”


야마자키는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고, 마을 사람들도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그들이 카츠류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 이상 살기 어린, 적의 눈빛이 아니었다. 조심스럽고 어색하지만, 그 눈빛 안에는 분명 '인정'이라는 작은 불씨가 스며들고 있었다.


“코우나이, 미카즈키, 카츠류우. 너희들은 남아라.”


마고이치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을 사람들은 조용히 물러났고, 공터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그때였다.

어둠 속에서 검은 인영이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소리도, 기척도 없었다.


“굉장한 불꽃이었습니다, 대장.”


카츠류우는 깜짝 놀라 방금 전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지극히 평범한 체격, 평범한 외모의 젊은 남자였다. 하지만 무서운 것은, 그가 자신의 눈앞에서 말하고 움직이고 있음에도 아무런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공기처럼, 아니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고 다가온 것이었다.


“오우, 준시로구나! 내 제자 녀석 대단하지 않던가?”

“예 형님, 형님께서 이렇게 기뻐하시는 것이야말로, 바로 제 기쁨 아니겠습니까.”

“크하하하! 역시 막내로구나.”


코우나이와 준시로의 유쾌한 대화를 멍하니 지켜보던 카츠류우를 향해 미카즈키가 다가와 속삭였다.


“저기 있지, 사실 난 니시아치 스승님보다 저 준시로 스승님이 더 무서워, 단 한 번도 기척을 알아낸 적이 없거든···.”

“그렇지? 내가 둔한 게 아니지? 귀신을 들먹인 내가 다 부끄럽다.”

“스승님들 중에서도 기척을 완전히 지우는 건 준시로 스승님이 유일해.”

“니시아치 스승님보다도?”

“그분은 살기를 감추는 분이고···, 준시로 스승님은 존재 자체를 지우는 분이셔.”


카츠류우는 소름이 돋는 듯 팔을 감싸 안았다.


“그럼 언제 어디서 날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거잖아···.”


미카즈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령. 바로 준시로 스승님의 별명이야. 스승님이 드러내기 전까진 그 누구도 찾을 수 없지.”


카츠류우는 목덜미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우리 편이라 다행이구나’


“카츠류우, 내일부터 사흘간의 휴식을 주겠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도록 해라.”


마고이치의 말을 들은 미카즈키가 신이 난 듯 손뼉을 쳤다.


“아버지 감사해요! 카츠류우, 우리 드디어 놀 수 있겠네! 우리 사이카성에 가볼래? 거긴 우리들 사이카슈의 최대 거점이야. 아버지께서 주로 거기에 계셔.”


마고이치는 흥분한 미카즈키의 뒷덜미를 슬쩍 잡아끌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은 카츠류우가 마을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어쩌면, ··· 아직 제거하지 못한 스즈키의 잔당이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고이치의 일그러진 표정을 본 미카즈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알겠어요, 아버지.”


‘스즈키의 잔당···?’


미카즈키의 눈치를 살핀 카츠류우는 궁금한 것이 있었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제야 마고이치는 부드럽게 덧붙였다.


“사흘의 휴식 후에는 준시로와 함께할 것이니 정양에 힘쓰도록 하거라.”


미카즈키는 억지로 웃어 보이며 반항하듯 말했다.


“카츠류우, 여기 갇혀서 뭐라도 하자. 우리, 밥이라도 맛있는 거 해 먹을까? 사이카성에는 산해진미가 넘쳐난다지만, 우리 마을도 맛있는 풀이 어딘가에는 있을 거야···.”


카츠류우는 마고이치의 눈치를 보며 당황하듯 웃었다. 그 웃음 뒤에는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묘한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준시로 스승님과의 수련이라··· 예상조차 할 수 없네···.’


늦은 밤, 공터를 신비롭게 수놓았던 푸른빛이 사라지고 미카즈키의 해맑은 인사와 함께 마지막까지 남았던 이들은 모두 흩어졌다. 거처로 돌아온 카츠류우는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사흘간의 휴식이라···.’


몇 달을 수련만 하며 지내다 보니, 사흘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오히려 괴로운 일이었다. 매일같이 누군가의 수련을 받았던 그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 텅 빈 시간은 견디기 어려웠다.




첫째 날, 미카즈키가 그를 마을 외곽의 숲으로 끌고 가 온갖 장난을 쳤지만, 카츠류우의 마음은 왠지 불안했다.


“너··· 좀, 마음 편히 쉬라고!”


미카즈키가 투정을 부렸지만, 카츠류우는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아오··· 카츠류우, 여기서 잠깐 기다려.”


카츠류우를 한 번 노려본 미카즈키는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반 시진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하아··· 하아···, 네가···, 후, 기다릴까 봐···, 하, 숨도 안 쉬고, 뛰어, 왔어, 하아···.”

“얼마나 먼 곳을 갔다 오는 길이길래 몰골이 이렇게 된 거야?”


‘퍽-!’

‘끄으윽’


미카즈키는 호흡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간장을 노리고 일격을 적중시켰다. 짧은 시간에 호흡을 되찾은 미카즈키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만지작거렸다.


“내가 진짜··· 이거 겨우 찾아서, 혼자 몰래 먹으려고 얼굴만큼 커질 때까지 지키고 있었는데···, 너를 위해서 양보하는 거야.”


귀하디 귀한 표고버섯이었다. 미카즈키는 표고버섯을 품속에서 꺼내 카츠류우에게 건네주려 했지만, 막상 꺼내고 나니 떠나보내기가 아쉬워 울상이 되었다.


“신경 써줘서 고마워, 그런데 같이 먹어야 마음이 편할 거 같은데···.”

“그렇지? 이거 구워 먹으면 진짜 맛있어. 혼간지의 승려들도 이거라면 환장하고 덤벼들었지.”


미카즈키는 말하는 중에 웃으며 화톳불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 미카즈키, 네가 웃으면 그걸로 됐지 뭐···.’


둘째 날 새벽, 하는 일이 없어 일찍 잠에서 깬 카츠류우는 니시아치의 거처를 찾아갔다.


“휴식이라고 들었는데, 왜 여기 와서 귀찮게 하는 거냐?”


뭔지 모를 전투적인 기척에 놀라 잠에서 깬 니시아치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너무 불안합니다.”


니시아치는 한숨을 쉬었다. 눈앞에 있는 어린 녀석이 생각보다 너무 독종이었다.


“쉬는 것도 수련이다. 명상하며 너의 부족한 점을 찾아보거라.”

“네, 스승님···. 저 혹시··· 대련 한 번만 해주시면··· 아! 아닙니다.”


관자놀이 옆을 지나간 쿠나이에, 화들짝 놀란 카츠류우는 급하게 자리를 옮겼다.


돌아가는 길에 미카즈키를 만나 명상하는 법을 물어본 후, 무심곡의 폭포수를 맞으며 명상에 잠겼다.

하지만, 정수리만 아팠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카츠류우는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며 웃고 있는 미카즈키를 발견했다.


‘그래···, 미카즈키, 네가 웃으면 됐지 뭐···.’


셋째 날, 카츠류우는 그림자 마을을 미친놈처럼 방황하고 있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대련을 부탁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마고이치의 불호령이 두려워 모두 거절했다. 아무도 자신을 상대해 주지 않자 정처 없이, 그저 그림자 마을을 빙빙 돌고 있었다.


“에잉, 쯧···. 누가 가서 제발 저놈 좀 안 보이게 치우거라!”


표독스러운 원로, 야마자키마저 카츠류우를 가엽게 여겼다.


미카즈키는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어딘가 망가진 듯한 카츠류우가 너무 재미있었다.

카츠류우는 또다시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미카즈키를 발견했다.


‘그래···, 미카즈키, 네가 웃으면···. 어라, 열받는데···?’


미카즈키와 눈이 마주친 그때,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목검을 들어 소녀의 어깨를 노렸다.


‘퍽-!’

‘끄으윽···.’


여전히 섬전 같은 미카즈키의 일격을 피할 수 없었다.


‘에라이···, 그래 뭐, 난 네가 웃는 게 좋아.’


왠지 모를 섬뜩한 미소를 머금으며 기절한 카츠류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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