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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반달 Aug 16. 2024

작가로 사는데 드는 한 달 비용

제목은 거창하게 <작가로 사는데 드는 한 달 비용>이라고 달아놓았지만, 사실 작가라고 해서 일반인보다 더 돈이 많이 드는 건 아니다. 어쩌면 작가야말로 세상의 모든 예술가보다 가장 돈이 적게 드는 직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작가는 초기 자본도 필요 없으며, 재료값조차 필요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중고 PC나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되니 정말 돈이 안 드는 직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로 사는 데에는 돈이 든다. 화가처럼 물감이나 캔버스를 살 필요도 없고, 연주자처럼 악기를 살 이유도 없지만, 작가이기 때문에 드는 돈이 확실히 있다. 그중 하나는 작업실 비용이며, 다른 하나는 글을 쓰는데 필요한 노트북 비용이다.


글을 쓴 지 꽤 된 중견작가들 중에 따로 작업실을 얻는 작가가 많다. 집이 다른 가족들로 북적이는 경우에는 더 그렇고, 설령 집이 절간처럼 조용하다고 하더라도 집과 일터가 분리되어야 작업 능률이 올라간다는 작가도 있다. 그래서 빌딩 숲 사이의 소호사무실을 얻거나,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오피스텔 사무실을 얻기도 한다. 작업실 비용은 지역에 따라 다르나 보통 보증금을 제외하고 20~50만 원 정도 선으로 알고 있다. 만약, 돈이 부족하다면 스터디 카페나 일반 카페를 작업실로 이용하곤 한다. 스터디 카페에서는 커피와 몇 가지 차 종류가 공짜이며 이용 요금도 2시간에 3천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 저렴하다. 카페 역시 커피 한 잔 시키고 두세 시간 동안 앉아있을 수 있으므로 작업공간으로서 좋다.


나는 주로 카페에서 작업한다. 꼭 돈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만약 내가 다달이 1인 사무실의 임대료를 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방이 막힌 적막한 공간에서 글을 쓰면 숨이 막힐 것 같아서다. 돈을 아끼기 위해 여러 명의 뜻 맞는 작가들이 공동으로 사무실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꾸 의식하게 돼서 통 일에 집중이 안 될 것 같다. 그보다는 재즈 음악도 들리고 사람들 수다 소리도 들리는 다소 시끌벅적한 카페에서 이어폰을 꽂고 노트북을 두드리는 편이 더 낫다.


내가 한 달 동안 작업을 하기 위해서 카페에서 쓰는 비용은 대략 15만 원 정도다. 과거에는 주로 녹색 간판의 스타벅스를 이용했고, 음료수 한 잔당 두 시간 이용이 예의라고 알고 있기에 네다섯 시간 동안 카페에서 일하면서 음료수와 함께 조각케이크나 샌드위치를 먹곤 했다. 그래서 과거에는 커피 값이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카페에 그리 오래 있지 않는다. 2~3시간 정도? 보통 2~3시간 동안 5천 자 정도의 글을 쓰다 보니 커피 한잔 시켜 먹고 나온다. 그래서 과거 20만 원이 넘던 커피값이 요즘엔 15만 원으로 줄었다.


작업실 외에 필요한 경비는 PC나 노트북이 되겠다.


작가들이 글 쓰는데 이용하는 도구는 다양하다. PC, 노트북, 아이패드, 휴대폰 등. 대부분 집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은 PC를 이용한다던데 난 노트북 하나만 이용한다. 지난 12년 동안 글 쓰는데 따로 PC를 이용해서 글을 써본 적이 없다. 카페에 갈 때도 집에 있는 노트북을 가방에 챙겨가면 그만이다. 키보드에도 크게 관심이 없어서 작고 귀여운 로지텍 키보드 하나면 그만이다. 난 타자를 칠 때 큰 소리가 나는 걸 싫어하고, 손가락에 압력을 가해야 눌러지는 것 또한 싫어한다. 이런 내게 가볍고 소리 안 나는 로지텍 키보드가 최고다.


지금 사용하는 노트북을 산 지가 5년쯤 되었으니 슬슬 맛이 갈 때도 되었다. 아마 노트북을 바꾼다 해도 LG gram을 또 사지 않을까? 그만큼 성능과 무게 면에서 만족한 노트북이다. 지금까지 노트북이 망가져서 수리한 건 딱 한 번 뿐이니, 5년 동안 쓰면서 수리비 15만 원밖에 들지 않은 것 같다.


아래의 그래프는 작가로서 드는 비용이 아닌, 인간으로서 먹고사는데 드는 한 달 생활비 비중이다.



전체 소득 중 식비가 가장 많이 들수록 가난한 집이라는 통계가 있다고 하지 않은가?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 식비의 비중이 가장 크다. 그다음엔 관리비와 통신비가, 그리고 뒤를 이어 부모님 용돈이 뒤를 잇는다. 옷은 비싼 걸 사 입진 않지만 속옷 포함해서 소소하게 들고, 화장도 매일 해서 화장품 비용도 꽤 든다. 작업실 비용을 겸한 커피값은 전체의 7.1%고, 하나밖에 없는 고양이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 달 동안 가장 많은 소비를 차지하는 식비에 대해 말하자면, 난 배달 음식을 먹지 않는다. 돈을 아끼기 위해 먹고 싶어도 꾹 참는 건 아니다. 몇 번 시켜 먹었는데 까다로운 내 입맛을 못 맞춰서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 시켜 먹게 되었다. 게다가 한번 시켜 먹을 때마다 넘쳐나는 일회용 쓰레기와 음식이 남을 경우 처분해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 등을 생각하니 도저히 시켜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안 먹는다. 치킨도 안 시켜 먹는데 몇 번 시켜 먹었다가 위장이 뒤집어진 이후로 눈물을 머금으며 치킨을 먹지 않게 되었다. 대신, 난 밀키트를 잘 시켜 먹는다. 밀키트는 주로 마켓컬리, 이마트몰, 로켓프레시 등에서 주문하며 매번 새로운 제품으로 시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따금 반찬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두어 번 먹으면 물리는 입맛 때문에 음식을 잘 하지는 않는다.


위의 그래프에서 빠진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매달 나가는 건강, 의료 보험(치아, 암, 실비 보험 등)과 적금 등이다. 이 금액은 가계부와 따로 연동이 되지 않아서 빠졌다. 위의 그래프의 금액이 다 합쳐서 150만 원 정도 되니, 빠진 부분까지 다 합치면 한 달에 보통 2백만 원 조금 넘게 지출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크게 소비하지 않아도, 숨만 쉬어도 나가는 비용이 대략 한 달에 2백만 원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이러한 이유로 난 한 달에 2백만 원 넘게 벌지 않으면 한 달을 살기가 팍팍해진다. 다음 글에서는 인세로 2백만 원 버는 법을 알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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