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 - 토마스 하디 (1891)
이 책의 작가 토머스 하디 작품은 처음 읽어보는데 진짜 이분 글에 계속 감탄하게됨!!!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 외관의 섬세한 묘사는 아니고 그 상황에 숨겨져있는 의미와 그 상황의 맥락들을 캐치해서 얘기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시는데 계속 대단하다며 외치면 읽었다! 그 안에서도 자신의 사상이나 철학들이 담겨 있어서 기억하고 싶은 글들이 꽤 많았음~
내용도 무척 흥미롭다. 아쉬웠던건 책 뒷편에 너무 많은 스포가!! ㅠㅠ
물론 결정적인 결말 내용은 없지만 모르고 봤으면 더 재밌을 이야기가 다 써있는게 함정 ㅠㅠ
혹시 이 책 읽을 계획이 있으신 분이라면 책 뒷글을 포함한 이 글을 더 이상 보지 않기를 강추한다!
블레이크 모어의 말로트 마을에 살고 있는 가난한 농부 잭 더비필드가 아내와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살았는데 어느날 신부가 잭에게 원래 당신은 대단한 가문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게 되고 잭과 아내는 주제 파악 못하고 자신들이 처지가 엄청 달라졌다고 느낀다. 그 신부는 정말 쓸데없는 소리를 한듯 함.... 그 말이 그들에겐 쓸데없는 허영심만 키워주고 나중엔 큰 재앙처럼 작용함 ㅠㅠ
이 테스의 부모는 정말 게으르고 천박한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이 였는데 잭은 자주 술에 쩔어서 술집에서 안오고 아내는 그런 남편을 데릴러 간다고 술집으로 가면 거기서 남편이랑 데이트하는 기분에 취해 둘 다 집에 안옴 ㅡㅡ;;;; 그러다 테스가 남동생을 보내지만 그 역시 잡혀서 못 돌아오고 결국 테스가 가서 술집에서 부모님과 동생을 데리고 온다.
술에 쩔어있는 아빠는 다음날에 새벽에 꿀을 팔러 장에 가야하는데 일어나질 못하고 테스가 남동생과 집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말을 끌고 깜깜한 새벽에 출발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꾸벅꾸벅 졸다가 테스는 말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말이 길을 잘못들어서 튀어 나와있는 나무에 박혀 엄청난 피를 쏟아내고 죽게 됨.... 이 장면이 진짜 깜놀!!!!!! 진짜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라 진짜 충격적이었음!!!!! 불쌍한 테스는 자기 때문에 말이 죽고 집 생계가 위험해 졌다고 생각하고 괴로워한다.
그와 중에 그 가문의 부자 친척이 옆 마을에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형편이 어려운 그들은 자신들의 딸 테스를 보내서 자신들은 먼 친척이니 도와달라고 부탁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존심이 있고 지혜로운 테스는 제발 그러지 말라고 애원하나 자신 때문에 말이 죽었다고 생각해서 어쩔수 없이 그 친척을 만나러 간다. 거기서 그녀의 인생을 파멸하게 만드는 첫번째 남자를 만남...
하늘의 태양이 내리쬐는 햇살로 그들의 몸이 따뜻해졌다.
그러나 그들의 안에도 그들의 영혼을 따뜻하게 하는
작은 태양이 있었다.
그것은 꿈이기도 하고 사랑이기도 하고 취향이기도 하고
또 멀리 있는 희망이기도 했다.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줬던 글이다. 이런 표현들이 참 좋았는데 실제로 토머스 하디는 소설보다 시를 더 많이 썼다고 한다.
그녀가 산보하는 시간은 어둠이 깔린 다음이었다.
이런 시간에 숲으로 들어가면 그는 조금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빛과 어둠이 너무나 고르게 평형을 이루어
낮의 압박과 밤의 긴장이 서로 중화되고
그래서 절대적 정신의 자유가
허용되는 정확한 저녁 순간을
그녀는 간발의 차이로 알고 있었다.
살아있다는 불운이
최소한의 차원으로 축소되는 순간이
바로 이런 시각이었다.
이건 테스가 그 첫 남자 알렉으로부터 강간 당하는 장면인데 그 장면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장면은 눈으로 보는 듯한 표현이 아니라 그 장면이 가지고 있는 의미들을 설명하는데 왜 그리 처절하게 마음에 와 닿는지! ㅠ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데 눈에 보이는 것처럼 선명하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 작가는 그런 재주가 특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무척 감탄될만한게 많았음!
이건 테스가 진짜 사랑을 만나게 되면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모습이다. 보면서 아름다고 행복해 보이는 테스의 모습이 그려져서 나도 마음이 살랑거렸다는 ㅎ
테스의 진정한 사랑 에인절은 농부 출신이 아니라 신부의 아들 출신이라 신사라고 불린다. 그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신부인 아버지의 길을 가지 않고 농장을 운영해 볼 생각으로 농업을 배우기 위해 농장으로 왔다. 그는 이들을 만나기 전엔 농업일을 하는 시골 사람들을 촌뜨기라고 생각하고 미천한 자로 여겼으나 같이 지내다보니 그 안의 아름다움들을 발견하고 진짜 인격적으로 그들을 보기 시작한다.
에인절은 이곳에서 테스를 만나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테스는 예전에 먼 친척집에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만난 날라리 같은 알렉에게 강간당해 아기를 낳았고 아기는 병에 걸려 며칠만에 죽는 일을 겪었다. 테스는 가난한 가족을 위해 일해야만 했기 때문에 일손이 필요하다는 낙농가로 가서 젖짜는 일을 하고 그곳에서 에인절을 만났다. 그녀도 에인절을 깊이 사랑해서 그를 간절히 원하지만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계속 그의 청혼을 거절했다. 하지만 그를 너무나 사랑해서 결국 승락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첫날밤이 되었는데 에인절은 자신이 예전에 낯선 여자와 일탈한적이 있다고 고백하며 용서를 구한다. 에인절이 자신과 비슷한 과거가 있다는 걸 알게 된 테스는 흔쾌히 그를 용서하고 자신의 과거도 털어놓는다. 테스를 간절히 원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에인절이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는 자신의 잘못은 용서받을수 있는 것이나 그녀는 용서 받을수 없는 죄라고 말한다.... 지금 보기엔 너무 또라이 같은 말이지만 그 시대의 눈으로 보면 무슨 말인지 알겠는...하지만 너무 화가 나는 이야기다...
사흘만에 그들은 별거를 선택하고 각자 부모님 집으로 가는데 에인절이 부모님을 만나고 자기 방에 가서 느끼는 감정이다. 분명 자신은 자유로운 사고를 가졌고 깨어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런 사람이 아니었음... 어렸을 때부터 그런 교육을 받아왔고 그런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자라왔으니 그 보수적인 사고에서 자신의 마음처럼 빠져나올수 없음... 그리고 그가 그 사고에서 빠져나올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었음을 작가가 말해준다. 그 사고를 깨기위해선 계속 부딪히고 경험하면서 진짜 생각이 깨져야지만 가능한 일인듯하다...
자신이 운영할 경작지를 알아보기 위해 브라질로 에인절은 혼자 가고 테스는 자신의 부모에게 자신의 처지를 차마 말하지 못해서 정말 험한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간다. 추운 한겨울에 무를 뽑고 그것에 관련된 일을 힘겹게 하는데 그곳에서 지내다가 자신을 망친 알렉을 만난다. 알렉은 신부인 에인절의 아버지에게 충고를 들은 후 그에게 큰 모욕을 줬지만 그의 겸손하고 온화한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고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개종을 해서 열심히 설교를 하며 지내고 있었다!!!!! 테스가 충격적으로 그 모습을 보고 서둘러 떠나지만 알렉의 눈에 이미 그녀가 잡힘. 그가 테스를 쫓아가고 다시 정욕이 올라온다. 그는 그제서야 테스에게 자기 때문에 아기가 생겼고 그 아기가 죽었다는 얘기까지 듣자 더 그녀에게 집착한다. 진짜 그 집착이 얼마나 질척거리는지 진짜 절로 쌍욕이 나옴!!!!!! ㅡㅡ;;;;; 진짜 스토커 수준...... 그러고는 신앙도 버려버림 ;;;;; 그리고 그렇게 신앙을 버린 걸 테스때문에라고 말하면서 책임지라고 한다... 정말 미친거 아님!!!!
테스의 사랑은 오로지 에인절이었기 때문에 정말 간절히 남편을 기다리지만 편지 한통 받지 못한다. 그 와중에 테스의 아버지가 죽고 살던 집에서 친정 식구가 나갈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너무나 가난하고 갈곳이 없는 테스에게 알렉은 끝까지 따라와서 제발 자신의 도움을 받아달라고 애원한다 ㅠㅠ 나 진짜 그 심정 알아!!! 분명히 위험해 보이고 절대 도움을 받으면 안될것 같은데 당장 위험해 빠졌을때는 어쩔 수 없음 ㅠㅠ 결국 테스는 알렉의 손을 잡을수 밖에 없었고 친정식구들은 집을 얻고 알렉에게 재정적으로 계속 도움을 받을수 있게 된다. 테스는 알렉과 번화한 도시에서 좋은 건물에 지내게 되는데 나중에 에인절은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깊이 깨닫고 힘든 브라질 생활을 마치고 얼굴이 반쪽이 된채 돌아온다. 수소문해서 테스 앞에 도착했지만 테스는 늦었다고 그를 돌려보낸다.
에인절은 큰 충격에 무감각해진 상태로 기차를 기다리는데 멀리 테스가 오는걸 보고 반가워한다. 그런데 테스가 알렉을 죽이고 와버림.... 테스는 알렉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도와주고 남편은 절대 오지 않는다고 계속 말해서 그의 말을 믿을수 밖에 없었는데 알렉은 테스의 남편이 왔다는걸 알게되자 그녀와 에인절에 대해 욕을 했고 테스는 칼로 그를 찔러 죽였다. 그리고 첫째 남자는 이제 없으니 진짜 나의 남편은 에인절 밖에 없다고 함 ㅠㅠ 아... 너무 처절해.... 이 얘기할 때 테스는 거의 정신이 나가있음... 에인절은 이제야 그녀를 받아들이고 그녀와 함께 숨어서 지낸다. 빈집에서 둘이 며칠을 행복하게 지냈지만 결국 나갈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그녀는 자신이 없어지면 자신의 바로 밑동생이 자신과 많이 비슷하다며 에인절이 그 동생과 살면 자신도 함께 사는것 같을거란 말을 남기고 체포된다. 살인죄를 저지른 테스는 결국 교수형에 처해지고 에인절과 그녀의 동생이 함께 손을 잡고 가는 모습으로 끝남.
진짜 스토리가!!!!!! 너무 재밌고 좋았는데 막판에.... 아우!!!!!!!! ㅠㅠ
개인적으로 테스의 살인으로 끝난게 너무 아쉬움... 갑자기 장르가 변경된 기분 ^^;;;;
강간 당한건 범죄를 당한거지 그녀가 죄를 지은게 아니기 때문에 그녀의 잘못이 있는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이 모든것이 되고 우상이 되었던 그녀는 알렉이 사람이 아니라 그에게 갈 길을 막고 있는 장애물로 밖에 느낄수 없었음....테스는 남편에게 가야하기 때문에 그 장애물을 제거했을 뿐이다... 너무 비극이야 ㅠㅠ
그녀의 고결함이 끝까지 남아있길 바랬는데.... 해설에서는 모든것을 다 받아들였던 그녀가 마지막으로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살인을 선택한것이기 때문에 끝까지 그녀는 순수하다고 할수 있다고 하지만 나의 가치관으로는 동의하기 힘든것 같다 ㅠㅠ 그 순수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면 그 순수는 결코 선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
그 전까지 그녀의 고통과 어려움들이 정말 안타깝고 괴로웠지만 그것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가장 중요한 것을 지켜냈던 그녀가 정말 대단해 보이고 정말 고귀하고 숭고해보였는데 마지막에 와르르 무너진 느낌.... ㅠㅠ
그녀가 알렉을 선택했던건 정말정말 이해가 된다. 진짜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서 한 선택임. 그리고 단 하나의 사랑 남편이 돌아왔을 때 그에게 돌아가고 싶은 것도 정말 이해 됨! 하지만 그렇다고 알렉을 죽인 것을 정당화 할순 없음.... 알렉은 이미 그가 할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그녀의 가족과 그녀에게 다 주고 있었음... 물론 그 방법이 진짜 너무 스토커 스러웠지만 ㅡㅡ;;;
심지어 무신론을 믿고 있는 에인절의 영향으로 그나마 믿음이 있었던 테스마저 믿음을 버리고 테스와 잠시 신앙에 대해 얘기를 나눴던 알렉 역시 막 개종해서 뜨겁게 믿고 있었던 신을 버리는 사태가 일어남! 그래서 그들은 사후 세계에 대한 희망도 없다.....
행복을 누릴 자격이 없었던 여자가 아주 잠시 남편의 사랑을 느끼고 떠나서 행복했다로 의미를 전달하는데 너무 허탈함 ㅠㅠ
작가님의 표현에 몇번이고 감탄하며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하면서 읽었는데 마지막이 넘 아쉬웠다.
이 분의 가치관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사회적 도덕적 종교적 문제들을 작품에 담아 표현한것은 너무 훌륭하나 사람의 고귀성이 잠깐 있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져서 허무함이 많이 남았다...
그래도 정말 훌륭한 작품인건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