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눈 - 어니스트 헤밍웨이 (1936)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을 보고 팬이 되어서 그 뒤에 그의 다른 작품 <무기여 잘 있거라>도 찾아 읽었었다. 그 분의 작품을 더 접하고 싶어서 읽게 된 <킬리만자로의 눈>. 무엇보다 '죽음'에 대해 크게 와 닿았다.
<킬리만자로의 눈>은 단편인데도 강렬했다. 작가지만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 해리는 돈 많은 애인과 아프리카로 여행을 왔는데 가시에 찔린 다리를 제대로 치료 하지 않아 다리의 상처가 심각한 수준이 된다. 점점 썩어가는 자신의 다리를 보며 해리는 무척 불안해 하며 예전부터 쓰려고 했으나 미처 글을 쓰지 못했던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그 에피소드들도 꽤 강렬한 내용들이라서 단편속에 여러 단편들이 들어있는 기분이 든다. 눈에 대한 이야기, 전쟁에 대한 이야기, 도박해서 다 날린 이야기, 모자란 살인자 이야기 등등. 본인의 몸은 아프리카에 누워있는데 반은 파리이야기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막 쓴 느낌이라 아무말 대잔치 느낌!!
함께 동거하는 부자 애인에게 갑자기 난 널 사랑하지 않았고 너의 돈이 내 갑옷이었다는 멍멍소리를 시전함 ^^;;; 그러면서도 작가여서 인지 이 상황들이 객관적으로 파악이 되면서 스스로 파괴하고 있음을 깨달으며 여자에게 진심은 사랑하는거 알자나 하지만 그 말은 생존을 위해 늘 해오던 거짓말임을 알고 있다.
그는 글을 쓰는 재주가 있었지만 그것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 능력을 이용해 부자 애인들 만나서 먹고 자고 살수 있는 도구로 사용할 뿐.... 그는 자신의 부자 애인 때문에 어떤 노력하지 않아도 부족함이 없고 이로 인해 자신의 재능이 파괴됐다는 비겁한 변명을 하지만 사실 스스로 재능을 파괴함을 안다. 그의 재능에게는 부유함은 독과 같았다. 이게 그에게만 맞는 말은 아닐것이다. 나 포함한 모든 사람은 정말 고난과 고통, 결핍을 넘 싫어하고 그것을 겪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그것 없이는 발전이 없고 결국 파괴된다. 진짜 인생의 아이러니다.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무 많이 요구하고 너무 많이 싸워서 함께 했던 것을 다 죽여버렸다... 진짜 꼴리는대로, 지 성질대로 살면 이렇게 되지... 암요.... 넘나 헤밍웨이스러운 느낌임! 강렬하게 느끼고 느끼는 것만큼 다 표현하고 막 말하고 과격하게 굴다가 좋았던 기억들까지 다 부숴버리는.... 신경이 예민하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의 특징인것 같다. 나 역시도 그런 기질이어서 무슨 느낌인지 딱 알겠음.... 그런데 정말 이렇게 감정대로 살면 나 죽고 주위 사람도 다 죽이는 것이라서 그러지 않기 위해 참는 것을, 인내를 연습해야 한다. 무척 힘드나 불가능하지 않다.
뒷부분 전까지는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기록한 느낌이라서 샤르트르의 <구토>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다 뒷부분에 죽음에 대한 기록은 너무 사실적이어서 소름이었다. 해리는 애인과 대화하다가 급 죽음이 바로 와있는것을 느꼈다.이런 식의 표현을 반복한다. 그냥 일상적인 행동과 대화를 하다 급 죽음을 느낌. 그러다 본격적으로 죽음이 그를 덮치는 이 장면은 얼마나 함께 긴장이되던지 정말 심장이 쫄깃해졌다. 아직 죽음을 느껴본적은 없지만 정말 죽음은 이런 느낌으로 갑자기 스윽 들어와서 덮칠것 같다. 나까지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요 죽음에 대한 현실적인 표현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은 정말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죽음이 덮치는 줄 알았는데 그의 잠자리를 옮기니 그런 기분은 사라지고 곧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 그렇게 기다렸던 비행기가 도착했고 그의 친구가 직접 그를 구하기 위해 비행기를 운전해서 왔다. 비행기가 작아서 해리와 그의 친구만 먼저 이륙해서 돌아가는데 출발전에 연료를 넣기 위해 다른 곳에 들린다고 했으나 들리지 않고 계속 간다. 아름다운 아프리카 평원과 동물들을 보고 높이 올라가자 굵은 빗방울도 통과하며 잘 가고 있었는데 친구가 웃으며 손가락을 가리킨다. 그곳은 믿을 수 없이 새하얀 킬리만자로의 정상이었고 해리는 그곳에 자신이 가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원래 숙소의 배경이되면서 애인이 죽어있는 해리 발견하고 끝난다.
여러번 죽음을 언급하는 해리를 보며 죽을까? 살아날까? 계속 궁금한 마음이 생기는데 잠자리에 잘 들고 아침에 구조 비행기까지 와서 살았구나 마음을 놨다가 그 내용이 해리의 죽음을 표현한 것이라는 이 결말이 내겐 큰 반전으로 느껴져서 헉! 하면서 봤다. 앞에 산발적으로 늘어놓은 것 같은 여러 에피소드로 약간의 정신없음과 살짝 지루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반전 덕에 화끈하게 마무리 된다. 정말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참 우왁스럽고 거칠지만 끝내주게 솔직해서 자꾸 마음이 가는 헤밍웨이의 글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