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 Schläfer im Walde
(Heym, 1911)
아침부터 그는 잠들어 있다. 붉은 태양이
비구름 사이로 그의 상처를 비추는 곳에.
낙엽이 여전히 천천히 떨어져내린다. 숲은 죽은 듯이 고요하다.
나무 위 작은 새가 잠든 채 소리를 지른다.
망자는 숲으로 둘러싸인 채
영원한 망각 속에 잠들어 있다. 벌레들이 노래한다.
그의 해골 깊은 곳으로 먹어들어가며,
그의 꿈속으로 날개를 펼치며.
고통 끝에 꿈꿀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달콤한가
빛과 흙 속에 썩어 흩어질 수 있는 꿈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모든 것에 이별을 고하고,
잠든 이들의 왕국으로,
밤의 숨결처럼 내려앉는 꿈을. 아래로, 망자들의
결사회로. 이 모습들이 강처럼 펼쳐지는 드높은 왕궁으로,
망자들의 식탁으로, 기나긴 연회로.
접시 위 어두운 불꽃들이 피어나는 곳으로,
수많은 리라의 현이 금빛으로 울리는 곳으로.
망자들은 높은 창문 너머 펼쳐진 창백한 대지의
푸른 초원 위로 일렁이는 파도를 바라본다.
그의 텅 빈 해골은 미소를 짓고 있는 듯,
달콤한 꿈에 굴복한 신처럼 그는 잠들어 있다.
벌레들은 그의 고름 속에 부풀어 오르고,
부른 배를 끌어안고 붉은 이마 위를 기어간다.
나비 한 마리가 협곡을 따라 내려온다.
나비는 꽃 위에서 쉬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상처로 내려앉는다. 벨벳으로 만들어진 장미처럼
어둡게 빛나는 피가 담긴 거대한 성배 위로.
게오르크 하임(Georg Heym, 1887 - 1912)은 독일의 작가로, 초기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시로 특히 유명하다. 해당 시는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등록된 그의 시 모음집(Gedichte)에서 발췌하여 번역하였다.
그가 누구인지, 어떻게 죽었는지, 시는 설명하지 않는다. 붉은 피에 대한 묘사를 통해 그가 상처를 입고 사망했으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지만,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이제 더이상 고통받지 않고, 저 깊은 땅 속 죽은자들의 왕국에서 영원한 축배를 들고 있을 뿐이니까. 고단한 삶의 끝에 달콤한 꿈을 꾸며 미소 짓는 그의 위로 나비 한 마리가 사뿐히 내려앉는 모습은 내게 어느 노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その木漏こもれ日びでうたた寝ねしたら
나뭇잎 사이 비치는 햇살에 선잠이 든다면
虫むしの死骸しがいと土つちになれるかな
벌레의 시체와 함께 흙이 될 수 있을까
- 아마자라시,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 삶의 여정이 끝나는 순간, 나는 이토록 후련하게, 미련 없이 잠들 수 있을까. 벌레에게 몸을 내주며 흙이 되어 흩어질 수 있을까. 그 순간을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더더욱 힘껏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후회 없는 꿈을 위하여.
(시 원문 출처: https://www.projekt-gutenberg.org/heym/gedichte/chap01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