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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태현 Jul 31. 2024

선잠

Halber Schlaf
(Heym, 1912)

칠흑의 어둠은 옷감처럼 바스락거리고

나무들은 지평선에서 비틀거리니


밤의 심장 속에서 구원을 찾으라

어둠 속으로 서둘러 굴을 파고 들어가라

마치 벌집 속으로 기어들어가듯이, 몸을 웅크리고,

침대 밖으로 빠져나오도록.


무언가 다리를 건너려 하고 있다

굽어든 발굽이 땅바닥을 할퀴고

별들은 너무도 하얗게 공포에 질려있다


달은 백발이 무성한 노인처럼

곱사등이 등을 웅크리고

하늘 위에서 후들후들 돌아다닌다






시를 쓰는 사람치고 잠을 잘 자는 사람이 있을까?


잡생각이 많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 진실로 그러하다. 하지만 효율적인 사고만을 하고 사는 사람은 시를 쓰지 않는다. 그런 비효율적이고 아름다운 짓을 하지 않는다.


하얀 달빛이, 노란 가로등 불빛이 선짓한 밤,

눈꺼풀을 시리도록 짓누르는 상념들이 손끝에서 터져나올 때 그것들은 시가 되리라.






게오르크 하임(Georg Heym, 1887 - 1912)은 독일의 작가로, 초기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시로 특히 유명하다. 해당 시는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등록된 그의 시 모음집(Gedichte)에서 발췌하여 번역하였다.

(시 원문 출처: https://www.projekt-gutenberg.org/heym/gedichte/chap0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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