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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솔자
Nov 19. 2024
아엠 어 티시
파르테논신전 앞에서 단짝을 잃다.
패키지여행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여행이다.
그중에서도
그리스와
튀르키예를
단
8일
만에 돌아보는 여정은
여행 경험이 많거나 체력이 좋지 않으면 도전하기 힘든 일정이다.
어떤 팀이 배정되던 큰 불만 없이 받아들이는 나지만 유난히
이 일정이 배정되면 걱정부터 앞섰다.
게다가 이
일정에는 또 다른 난관이 있다.
그것은
튀르키예에서
그리스까지 이동할 때 페리를 타고
4인 1실 객실에서
하룻밤을
숙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우리가 타고 가는 배를 TV에서 나오는 호화유람선으로 잘못 알고 오시는 분들도 있어 난감할 때도 있다.
아무튼 전 일정이
5시 기상,
6시 식사,
7시 출발로
이루어진 이상품을 오신다는 건 정말 패캐지여행의 고수이시거나 아니면 가보지 않은 나라에 대한 기대감만 가득 차 나에게 무리한 일정인지 어떤지는 생각하지 않고 오시는 분들이 시다.
10여 년 전 만났던 최고령자 85세 아버님도 그러하신 것 같아 걱정이 됐다. 그것도 보호자도 없이 혼자여행을 오신다고 하니 더더욱 긴장이 되었다.
그러나 공항에서 만난 아버님의 모습은 광화문사거리에 우뚝 서계신 이순신장군의 풍채처럼 건장하고 건강해 보이셨다.
게다가 패션감각까지 갖추신 멋쟁이셨다.
처음 뵈었지만 친숙하게 말을 걸어오시는 아버님을 보니 마음이 놓였고 게다가 팁을 넣은
편지
봉투를 내미셨다.
겉표지에 200$이라고 쓰여있었다.
"여행 잘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주세요" 라며 봉투를 거절하자 "돌아와서 또 주면 되지 "하시며 나의 손가방깊이 봉투를 넣어주셨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아버님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최고의 여행자가 되어주셨다.
나도 그런 아버님께 만약을 대비해 항상 내 옆방으로 배정하여 건강을 살펴드렸고 여행 내내 혼자 쓸쓸하지 않으시도록 단짝이 되어드렸다.
일행분들 사이에서도 최고로 인기 많으셨던 아버님은 늘 어딜 가나 팀의 리더가 되어주셨고 오늘이 마지막인 날인 것처럼 하루하루를 즐기셨다.
튀르키예
에 오시면 가장 하고 싶으셨다는 열기구투어도 용기 있게 도전하신 후 나도 해냈다고 기뻐하셨던 아버님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드디어 극기훈련만큼 바빴던 튀르키예의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다음일정인 그리스 아테네를 향해 9시간 동안 이동할 페리에 탑승했다.
손님들이 밤새 지내실 선실을 체크해 드린 후 마지막으로
아버님이 계신
객실
로 향했다.
그런데 방체크가 끝나고 나가는 나에게 다른 날과 다르게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말씀을 하셨다.
평소와
달랐던 아버님의 인사에 왠지 가슴이 뭉클했고 "그리스에서도 잘 모실게요" 라며
웃으며 답했지만 어딘가 모를 불안감이 스쳐갔다.
밤새도록 망망대해를 달리던 페리는 아테네 페레네우스항구에 아침 7시에 도착했다.
다행히 밤새 잘 주무신 듯 아버님은 기분이 좋아 보이셨고 한식당에 아침식사로 준비된 우거지된장국밥도 맛있게 드셨다.
다른 손님들과도 평상시처럼 웃으며이야기를 나누시는 아버님을 뵈니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후 우리는 첫 번째 일정으로 제1회 근대올림픽경기장을 방문했고 아버님은 내 핸드폰으로 독사진 한 장을 찍어 달라며 멋지게 포즈를 취하셨다.
그 사진의 의미를 그땐 알지 못했다.
아버님은 여행 내내 파르테논신전에 꼭 오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다.
신전위에까지 올라가는데 미끄러울 것을 대비하여 한국에서부터 바닥이 튼튼한 운동화도 준비하셨다.
그러나
파르테논신전 입구로 향하는 고갯길에서
조금씩 뒤로
처지시던
아버님은 결국 나의 권유로 파르테입구 앞에서 나와 함께 쉬시기로 하셨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여행 내내 아버님의 단짝이 되어드렸던 내 손을
잡으신 채
파르테논신전입구 작은 벤치에서 곤한잠을 주무시듯 그렇게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마지막순간을
혼자 지켜봐야 했던 슬픔과 두려움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도와달라고 울부짖었던 나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도 있다. 병원으로 향하는 앰뷸런스에서 목놓아 울던 나의 슬픔도 여전히 생생하다.
하지만 마지막 떠나시는 순간까지 꼭 잡아드린
내손길
때문에 가시는 길이 쓸쓸하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아버님은 그렇게 "그동안 고마웠어"의 마지막인사를 남기고 나의 핸드폰사진에 멋진 포즈의 한 장의 사진을 남기시고 여행 내내 행복했던 순간을
가득 안고
그렇게 떠나셨다.
그 후로도 몇 번을 그리스에 갔다.
여전히 파르테논신전에 오를 때면 아버님을 마지막으로 보내드렸던 작은 벤치를 지나간다.
그때마다 나는 들을 수 있다.
"최 선생 나는 여기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
인생은 오늘이 마지막인 듯 매 순간을 즐기며 모든 것을 감사하며 살아가는 여행이다.
아버님은 삶의 마지막순간을 여행하며 마치기를 원하셨을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신 아버님께 이번에도 나 같은 단짝 인솔자를 만나 여행이 따뜻하기를 바라본다.
인생은 여행하러 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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