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아엠 어 티시
13화
실행
신고
라이킷
17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솔자
Dec 03. 2024
아엠 어 티시
자외선도 추억이 된다.
"비타민D가 부족하네요~"
"약을
먹어야
할까요?"
"아니요 햇빛을
더 많이
쬐면
됩니다.
"
얼마 전 피검사 결과를 말씀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전
세계에서
햇빛을 가장 경계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코 대한민국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자외선을 가장 싫어한다고
해야 할까?
사실 한여름의 유럽은
자외선
천국이다.
40도가
넘는
뙤약볕 아래, 유럽인들은 오히려 뜨거운 햇빛을 만끽하며 몸을 드러낸다.
털이 많은 유럽인들에게 햇빛은 일종의 천연 소독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인,
특히
우리나라
어머님들의
햇빛
방어
태세는
이와 대조적이다.
말 그대로
'신의경지
'
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자외선 차단제다.
가방에서 쏙 꺼낸 자외선 차단제를 손등에 쭉 짜서 얼굴에 꼼꼼하게 바르시는 어머님들의 모습은
마치
성스러운 의식을 연상케 한다.
그다음으로 양산을 펼쳐 들면 어머님들은 개인적인 '그늘'을 소유한 듯 당당해지신다.
또한 알록달록 펼치시는 양산의 물결은 햇빛을 막는
도구이자,
여행지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패션
아이템으로
활약한다.
무지갯빛
양산이 늘어선 모습은
해외에서
'한국 어머님들'을 단번에 알아보게 하는 상징이 된다.
하지만 양산하나로는 부족하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팔토시다.
팔의
굵
기와는 상관없이 쭉쭉 늘어나는
이 도구는 팔꿈치에서 손목까지 빈틈없이 햇빛을 차단한다.
어디 하나 햇빛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양팔에 옷을 입히는 것이다.
여기에
챙 넓은 모자는 필수과목이다.
햇빛이 얼씬도 못하게 하는 철벽방어막 역할을 한다.
그러나 비장의 무기가 남아있다.
바로 그것은 양쪽눈을 제외한 얼굴전체와 목을 감싸는 자외선차단 얼굴마스크다.
탈레반 무장단체들이 쓰는 마스크가 어쩌면 어머님들의 햇빛 가리게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얼굴마스크 위에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손에 장갑을 끼면 자외선을 향한 방어는 끝난다..
한국 어머님들의 자외선 방어 태세
이토록 완벽한 방어 태세로 무장한 여행객들을 보고 유럽의 버스기사들이 종종 나에게 묻곤 한다.
"
한국분들은
화상 입은 분들이 많나요?"
그들의 상상 속에서 우리 손님들은 화상 흉터를 가리기 위해 온몸을 가리는 게 아닐까 싶었나 보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이유라고 설명해 줬지만 유럽인들에겐 참으로
독특하고
생소한
모습인 것
같았다.
사실
나조차도
온몸을 가리고 거기에 챙모자와 양산 그리고 선글라스까지 쓴
한국
여행객들의 모습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물론 자외선은 피부를 상하게 하고 여러 가지 피부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차단제를 바르는 것은 필수다.
그러나 한여름의 여행이라면 낯선 나라의 후끈한 바람의 냄새와 햇빛의 따가움도 가끔은 좀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좋을듯하다.
물론 각자의 개성을 담은 그늘을 만들어내는
한국인
들의 자외선 방어전략이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가끔씩
유럽의 강렬한 따사로움이 나를 깨끗하게 정화시킨다고 느낄 때는 손님들께도 하루정도는 모든 장비를 벗어던지고
함께
햇빛을
즐기자고
때를
써보기도 한다.
그것 또
한
여행을 통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해보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비처럼 쏟아지는
햇볕이
따가워도 자외선 차단제만 꼼꼼히 바른다면 여행 중 하루쯤은
모든 방어 장비를 잠시 내려놓고 비타민D를 한컷 머금은 햇살을 맛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것을 피하지 않는 여유, 그것이야말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여름날의 여행, 때로는 화끈거리는 환희를 느끼며 새로운 자유를 발견해 보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keyword
자외선
비타민
Brunch Book
화요일
연재
연재
아엠 어 티시
11
아엠 어 티시
12
아엠 어 티시
13
아엠 어 티시
최신글
14
아엠 어 티시
15
15화가 곧 발행될 예정입니다.
2024년 12월 24일 화요일 발행 예정
전체 목차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