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3년 생 오노레 가에는 BULLY (이후 L이 하나 빠져 BULY가 됨) 뷰티숍이 있었습니다. 조향사인 클로드 불리(Claude Bully)는 체취를 없애고, 질병을 치료하며, 영양을 공급하도록 디자인된 식초 기반의 향수인 비네그레 드 뚜왈렛(Vinaigre de Toilette)을 개발하여 판매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의 아들인 약사이자 화학자이며 조향사였던 장 뱅상 불리(Jean Vincent Bully)는 의사와 과학자들에게 검증을 요청하여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더욱 높였고, 비네그레 드 뚜왈렛(Vinaigre de Toilette)은 1809년 2건의 특허를 획득했으며, 1814년에는 2 번째로 수정된 제품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습니다. 오피신 유니버설 불리(Officine Universalle Buly)는 1823년, 1827년, 1849년 세계 박람회와 1851년 런던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19세기에는 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향수의 인식이 바뀌는 과정에서 나폴레옹의 부인이며 사교계의 여왕벌이었고, 누구보다 뷰티와 향에 조예가 깊었던 "조세핀 드 보아 르네(Joséphine de Beauharnais)"가 새로운 품종의 꽃들을 들여오며 불리의 향수는 더욱더 유명세를 얻게 됩니다.
1806년 나폴레옹은 향수에 대한 약전을 편찬하여 조향사들의 창의력을 고취시켰고 이는 향수 제조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되며 이에 맞춰 장 뱅상 불리는 새로운 기술들을 도입하여 불리만의 유니크하고 독특한 향수를 탄생시키게 되었습니다.
펠레-멜레(Pêle-Mêle)는 1904년 "불리의 비네그레 드 뚜왈렛은 최고의 제품이다(the best vinaigre de toilette … bears the name of Bully vinegar.)”라며 칭송을 하였습니다.
1937년 여름, 르 피가로(Le Figaro)는 뷰티 섹션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거의 한 세기 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한 식초 한 병을 사는 것을 잊지 마세요.(Don't forget to buy a bottle of … Bully vinegar, the object of world renowned for nearly a century.)"
고점 이후에는 저점이 나옵니다: Bully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폭동으로 인해 가게를 잃었고, [7] 그 후 향수 제조업체는 가난하게 사망했습니다. 그의 운명은 발자크의 소설 '히스토아르 드 라 그랑제 에 드 라 데카당스 드 라 데카당스 드 세자르 비로토(Histoire de la grandeur et de la décadence de César Birotteau)'의 주인공 세자르 비로토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후 한 세기동안 잠잠하던 불리 1803은 다시 한번 부활하게 됩니다. 2014년 새로 부활한 불리는 정복과 혁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대담함과 정확성을 갖춘 오피신 유니버설 불리(L’Officine Universelle Buly)로 재탄생하게 됩니다(줄여서 불리 1803이라고 부름).
불리 1803(Buly 1803)은 가장 혁신적인 화장품 기술과 천연 성분의 미덕을 바탕으로 한 제품을 제공합니다. 파리에서 꿈을 꾸고 프랑스 실험실에서 공식화된 이 제품들은 고대 레시피의 가르침에 충실하면서도 현대 화장품의 최신 발전을 기반으로 합니다.
2019년 불리 1803은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과 O.U.B. 가 전례 없는 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8명의 조향사가 각각 8개의 예술 작품을 선정하여 조향을 하였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게 됩니다. 이 중 국내에선 "오 트리쁠 이 리드 말트(Eau Triple Iris De Malte, 목욕하는 여인)"이 가장 유명한 제품이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해당 제품은 한정판으로 출시하여 현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2021년 10월 불리 1803(Buly 1803)은 다국적기업인 LVMH에 인수되어 더욱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확장시켰으며, 현재 전 세계 7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불리 1803의 향수는 다른 브랜드의 향수와 다른 독특한 조향 방식을 가집니다. 그건 바로 워터 베이스라는 것인데요. 일반적으로 향료는 유기화합물이 많이 섞여있어 일반적으로 알코올(에탄올)을 사용합니다. 롤온 타입에 사용하는 오일이나, 고체향수에 쓰는 크림 등 다양한 제형 역시 사용하지만, 알코올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불리 1803은 그 독특한 방식을 활용하여 물에 향료를 녹여 향수를 제조하는 방식을 가집니다. 이 워터베이스의 향수를 사용하기에 향수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거나, 향수를 사용했을 때 자극적인 느낌이 있었다면 불리 1803의 향수를 추천합니다. 보통 이런 알레르기 반응은 특정 향료에서 오기도 하지만, 베이스로 사용되는 알코올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따라서 워터 베이스인 불리의 향수를 사용한다면 이러한 알레르기 반응은 없을 수 있습니다. 다만 불리 1803, 즉 워터베이스 향수의 단점이라면 발향력과 지속시간이 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불리 1803의 향수는 루브르 박물관과 협업하여 탄생한 오 트리쁠 이 리드 말트(Eau Triple Iris De Malte, 목욕하는 여인)입니다.
목욕하는 여인은 이름 그대로 향을 뿌렸을 때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를 연상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의 향이 느껴집니다. 붓꽃(Iris)이 가장 메인이 되며, 붓꽃(Iris)에서 느껴지는 파우더리함이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거기에 레몬그라스(Lemongrass)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하면서도 상큼한 시트러스함과 인센스(Incense)의 스모키 함이 매력 있게 섞이며 매력적인 향으로 다가옵니다. 향수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단조로우면서도 매력적인, 가벼운 느낌의 향이, 불리에서 추구하는 워터 베이스 향수에 잘 어울려 가장 불리 1803 브랜드의 이미지에 잘 맞는 향수입니다.
불리 1803에도 많은 여럿 좋은 향수들이 있으며, 가벼운 느낌의 향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