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자타국의 마지막 군주>
* 註: 자타국(子他國)은 경상남도 진주시에 있었던 고대 가야의 소국입니다.
“네 이 놈년들아!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의 지시를 받아 이런 거짓을 한기 부인께 고하느냐!”
돌아가신 한기도 쩔쩔 매게 했다는 신라 사신이 기함한 것이다.
증언을 했던 백성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물론 다른 이들도 더 나서서 증언하지 않았다.
한기의 죽음은 ‘한기의 자살’로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대저택 안마당에 아침부터 끌려와 심문을 받던 백성들은 다 봤다. 한기의 부인이 사신 옆에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것을….
이날 오후부터 자타국의 시장에는 소문이 퍼졌다.
다음 날 아침에는 그 소문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아침 일찍 외부에서 들어온 이들을 제외하곤….
큰 술집의 부엌에서 식자재를 다듬는 일을 하는 중년 여인은 말했다.
“한기께서 나라를 신라 대왕에게 넘기는 걸 거부했데요. 그래서 사신이 저 곰도 때려잡을 것 같은 주먹으로 쳐 죽인 다음 남강에 던졌데요.”
수정구슬이나 유리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기 위해 구멍을 뚫는 공장도 이 술집에서 가장 싼 술로 목을 축이며 쉬쉬하듯 말했다.
“아, 사신이 말이야, 공비님을 이렇게 협박했데. 아기씨마저 잃고 싶지 않으면 한기께서 살해당하셨다는 얘긴 입에 올리지도 말라고 말이야! 한기께서는 당신 대에 나라를 넘겨야 한다는 생각에 자괴감 들고 괴로워서 스스로 남강에 몸을 던지셨다고, 그렇게 선언하라고 말이야.”
어쩌면 이 공장의 말이 맞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기의 장례식이 조촐하게 치러지고, 사흘 뒤에는 저 공장의 말과 비슷한, 하지만 상당히 순화된 내용이 적힌 팻말이 대저택의 정전 입구 앞마당에 세워졌으니까. 사신이 미소를 지으며 보는 앞에서 말이다.
자타국의 시장과 거리에는 신라군 병사들이 삼삼오오 포진했다.
자타국 백성들은 제 집에서 문을 닫고 소리 죽여 울었다.
며칠 후 전 공비, 그러니까 새 한기의 어머니가 정전에서 선언했다.
“저는 자타국 새 한기의 어미이자 섭정의 신분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금일부로 자타국과 저희 모자를 신라의 대왕께 의탁하고자 합니다. 이로써 자타국은 사라지고, 이곳은 신라의 새로운 행정구역이 될 것입니다.”
새 한기의 어머니는 이 말을 끝낸 뒤 대성통곡했다.
사신은 이런 여인을 보며 비릿하게 냉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