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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일이다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 감상평

by 어둠의 극락 Mar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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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문예에 응모할 시를 쓰는 데 영감과 자극을 얻고 싶어 도서관으로 향하였다. 종이 냄새와 숨소리만으로 살아있는 공간임을 알려주는 그곳은 갈 때마다 새롭고 기대된다. 선반을 가득 채운 책들 가운데 나의 손을 잡아끄는 시집이 하나 있었다. 나태주 시인의 <마음이 살짝 기운다>였다. 잘 알려진 유명한 시인이라 좋은 자극이 될 듯하였다. 나는 홀린 듯이 선반에서 그 시집을 꺼내와 푹신한 의자에 함께 앉았다. 제 꽃의 특징을 잘 살려서 그린 그림으로 장식된 표지가 나를 반겼다. 록된 시는 하나같이 간결하면서도 전하고 싶은 말이 뚜렷하여 독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졌다. 요란한 기교나 비유 없이 고운 어투 정감 가는 단어 루어져 과 뇌가 정화되는 듯하였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는 <구름이 보기 좋은 날>이었다. 의자에 기대어 구름을 보고 있는 화자에게 지금 뭐 하느냐고 묻자, 일하는 중이라고 답한다. 이어서 화자는 쉬는 것도 일이고, 자는 것도 일이고, 하늘 보고 구름 보는 것, 노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다 일이라고 한다. 얼마나 멋진 마음가짐인가. 이 시집이 나를 끌어당긴 까닭이 바로 이 시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하고자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하던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어루만져 주는 듯하였다. 너는 충분히 노력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이미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반드시 거창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해야만 성공한 인생은 아니니까. 비록 신춘문예는 떨어졌지만 이 작품은 내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도록 응원해 주었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는 사람 있다. 그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시다.


  이 시집을 읽으며 이런 시를  나태주라는 시인이 참으로 부러웠다. 나태주라는 사람과 그의 삶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지만 그가 얼마나 맑은 영혼의 소유자인지 시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머리와 마음이 어두우면 절대 이렇게 쓸 수 없다. 의 시는 화려하지도 않고 심금을 울리는 커다란 감동도 없지만 따뜻하고 정겨웠다. 내가 쓴 시와 확연하게 비교된다. 내가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에는 쓰는 이의 마음과 생각, 가치관과 세계관이 전부 담기는 법이다. 쉽게 감출 수도 없다. 필명에서부터 드러나지만 나는 밝음과 맑음과는 거리가 멀다. 나도 한 번 이런 글을 어설프게 흉내 내지 않고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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