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열린시학 겨울호 게재
천천히 소파를 긁는다
개를 입양하는 꿈을 꿨다
언제나 하얀 개였다
오랜만에 만난 애인처럼
서로 얼굴을 섞고
혀를 부리고 다리를 쓸어내리고
깁스를 했구나
했었지
개들도 모두 생일을 나눠 가졌지
가끔 목발로 케이크도 잘랐어
더 먹을래?
식탁에 남아
식탁을 기억하는 케이크처럼
천천히 개가 소파를 긁는다
혼자여도 함께
나눠 먹어야지
목발에게도 생일을
짧아지는 다리에게도 점퍼슈트를
목발은 점점 뚱뚱해지고
식탁을 향해 오래 뒹굴었어
애인도 아니면서
케이크도 아니면서
홀로 스러지는 소리
밤새 개를 한 번도 입양하지 못했다
그 후로도
생일은 수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