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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오 Aug 13. 2024

개종

2024 아르코창작기금 선정작

개종
 
 
    너와
    구두 이야기를 삼십 년이나 했어
 
    구두 속에는 종교가 없지
 
    걷다가
    강둑을 서성이다가
 
    돌아서서
    서로의 신을 버렸어
 
    강둑을 믿어야 하는 날에도
    너는 신을 잊었다 했지
 
    강둑에는 믿을 것들이 남아있을까
 
    지나가는 노파
    유모차에 이젠 성경책을 싣지 않아
 
    목줄 없는 개들도
    더 이상 새끼를 배지 않을 것이고
 
    어제도 신을 찾지 못했어
 
    너와 구두
    이야기를 삼십 년이나 하고 있구나


   강물 속에는 종교가 없지
 
    강물이
    강물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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