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르코창작기금 선정작
개종
너와
구두 이야기를 삼십 년이나 했어
구두 속에는 종교가 없지
걷다가
강둑을 서성이다가
돌아서서
서로의 신을 버렸어
강둑을 믿어야 하는 날에도
너는 신을 잊었다 했지
강둑에는 믿을 것들이 남아있을까
지나가는 노파
유모차에 이젠 성경책을 싣지 않아
목줄 없는 개들도
더 이상 새끼를 배지 않을 것이고
어제도 신을 찾지 못했어
너와 구두
이야기를 삼십 년이나 하고 있구나
강물 속에는 종교가 없지
강물이
강물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