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오 Aug 13. 2024

화이트

2024 아르코창작기금 선정작

 화이트



   CGV로 가는 길은 여럿이다 


   오빠와 동생과 나는 

   티켓을 따로 예매했다 

   3층 메가박스에 모인 우리는 

   같은 출입구로 들어가지 않았다 

   좌석은 서로 같은 방향이겠지

   오늘의 외출을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어

   팝콘은 동생의 입속에서 오래 붐볐고 

   오빠의 뿔테 안경은 자꾸 흘러내리고

   하얀색이었다

   화면 속에서는 눈이 내렸다  

   엄마는 늘 눈에게 존댓말을 했지

   나풀나풀 오시네 

   어디 갔다 이제 오시는가 

   자네가 사는 곳을 구경하고 싶다네 

   내 좌석에도 나풀나풀 

   눈이 멈추지 않아 일어서지 못했다

   밖에도 계속 눈이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우산을 언제 써야 할지 몰라 고글을 먼저 썼다

   동생은 부츠가 작다며 과일 가게로 갔고 

   오빠는 스키장에 간다며 신호등 앞에 섰다 

   아무도 집에 도착하지 않은 것 같은데

   동생 신발주머니를 들고

   엄마는 대문 앞에 


   서 있었다 



이전 04화 개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