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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오 Aug 13. 2024

쇼핑하울

2024 아르코창작기금 선정작

   쇼핑하울



   이번 주에 프라이를 하면 

   노른자가 터지지 않을 거래 

   마트에 달려갔지 모자가 후들거려 


   품절이래 


   실눈으로 오늘의 운세를 고쳤어 

   노른자는 또 흘러내리겠지

   귀고리를 샀어 

   네 귀에서는 늘 비린내가 났어 


   혼자라는 걸 언제 알았을까 


   그런 날은 모자 없는 우비가 도착한 것 같아 

   발신인이 누구였더라 

   희미해지는 그해 여름들 

   장화는 헐렁하고 비는 촘촘하고 

   그 많은 웅덩이들을 어떻게 다 돌아다녔을까 


   무한했었지 


   붙잡을 수도 건져 낼 수도 없던 빗방울 빗방울들 

   널 닮은 것들을 만지작거리다가 

   반품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아 

   너도 나를 반품 했었니 

   반품은 왜 자꾸 나를 따라다니는 걸까 


   반품이란 원래 자기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 


   호루라기도 샀어 

   그때 이것만 있었어도 지금쯤 넌

   프라이를 잘 할 수 있을 텐데 


   내일은 부화기를 사러 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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