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르코창작기금 선정작
놀이
액정이 자꾸 꺼진다 느리지만 다시 돌아오긴 한다 금요일 밤에 일어난 일이라면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지 별, 수 있나요
서비스센터는 세 정거장 더 뒤로 가야 한다 뒷걸음질은 기척 없이 다가올 때가 많아 가끔 멍이 들기도 하겠지 고개를 언제 내밀어야 할지 모르는 두더지처럼 무릎이 자꾸 꺼진다면 별, 수 있겠어요
어떤 놀이는 이렇게 혼자 시작된다는 거
몰아쉬는 숨을 계단참에다 뱉곤 했어 제라늄이 그걸 받아먹고 있더라 괜찮니? 물으려다 삼켰어 구부정하게 뻗은 꽃대를 어디서 본 것만 같아 반쯤 고개를 쳐든 두더지는 한 번도 별을 따라가지 못했대
별이 가지런해질 때까지 자꾸 숨이 묻어 나온다 뒤돌아 가야만 하는데 어디야 누구 없니 누구 없어요 놀이가 점점 휘몰아친다
역무원은 숨이 모자라지도 않나 봐 밤새 비상문을 열어주고도 한 움큼 더 모자에 집어넣는 걸 그 사이로 노파가 들어선다 롱 패딩 속으로 들어간 여름은 기척도 없는데 액정은 돌아올 수 있을까요
노파의 폰을 역무원이 흔들다가 소매 끝으로 닦아내다가 전원 버튼을 눌러보다 저쪽을 가리킨다 별, 볼 일 있나요
이런 놀이는 또 이렇게 혼자 완성되어 가고 있다는 거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있었다 정글짐이 그곳에 있었다
새로운 놀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