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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오 Aug 13. 2024

졸업이 시작될 무렵부터 보드게임

2024 아르코창작기금 선정작

 졸업이 시작될 무렵부터 보드게임



   딸꾹질이 멈추지 않았어 현관문이 닫혔어 겨울이 갔어 고양이와 자투리 오후 사이로 푸석푸석한 소리를 다듬을수록 손잡이는 미끄럽지 현관문은 점점 더 두꺼워지고 수상한 전화가 왔어 초인종도 울렸어 가방을 멨어 소파에 눕진 않았어 다리 찢기를 했어 수수께끼는 조용해 부루마블은 졸리거든 푸켓으로 훌쩍 떠나볼까 이글루도 샀어 내 방이 다시 생길까 끝말잇기는 두음법칙을 좋아하지 할리갈리는 지루해 우산 펴기 놀이를 할까 밖엔 비 먹은 사이렌 소리 소방차가 지나간 걸까 이빨 빠진 접시들과 친해지고 싶었는데 식탁은 눈을 감고 밀린 반성문과 일기를 지워도 나는 내가 되지 않았어 우리는 우리가 되지 않았어 네가 좋아하는 샐러드를 만들어볼까 닭 가슴살이 필요해 양상추는 시들고 토마토와 올리브유가 없구나 발사믹은 너무 달아서 당근 한 입 베어 물다 뱅글뱅글 돌다 달팽이를 그리다 달팽이 가슴을 만졌지 뭐야 헐떡거리고 지붕이 무너지고 있어 현관문이 휘어지기 시작해 머리를 내보내고 얼굴을 꺼내주고 무릎을 접으니 살았다 달팽이가 살았다 가방을 풀자 장마가 오고 있어 허락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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