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유럽에 대한 로망, 판도라의 상자처럼 첫째 딸이 입을 열었다.
“엄마, 우리 유럽은 언제 가봐요?”
첫째가 초등 고학년일 무렵, 대학 가기 전에 가족여행으로 꼭 가보자고 도원결의처럼 말했던 것이 코로나 시기를 거쳐 그 의기의 싹이 거의 시든 상태였다. 첫째는 어느덧 고2가 되었다.
“유럽? 유럽 어디?”
나는 반사적으로 물었다.
“어디든요. 선진국에 가보고 싶어요.”
첫째가 3살 때 중국에 온 후 우리 가족은 줄곧 베이징에 살고 있다. 그동안 여행은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갔었다. 선진국이라, 딸아이의 눈에는 유럽이 선진국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래? 가자!”
거기가 어딘데 ‘가자’ 라니 난 가끔 군더더기 없이 무모할 때가 있다. 누군가는 입시가 코앞인데 공부해야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입시가 코앞이니까 더 늦기 전에 가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가 대학에 가고 나면 가족여행의 의미가 조금 바뀔 거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이탈리아 여행.
세월이 흐를수록 판이하게 달라지는 애들 셋과 조금씩 닮아가는 나와 남편,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다름과 다툼을 통해 성장하고 있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전투력을 장착하고 이탈리아라는 공간을 향해 떠나기로 했다.
여행을 위한 가족 구성원을 소개한다.
+설계자: 철저한 계획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완벽한 계획형 J 특성의 이상주의자이자 미식가 남편
+조력자: 모든 경험을 학습화, 삶을 격물치지로 교육화하는 평화주의자이자 허당인 나
+조사자: 모든 소비는 가성비가 최고, 짠내가 나지만 쓸 때는 쓰는 합리주의자이자 해결사 첫째 딸
+제안자: 예리한 관찰력의 소유자, 비나 눈이 오면 맞으러 나가는 낭만주의자이자 뛰어난 공상가 둘째 아들
+협력자: 연예인을 꿈꾸는 ‘나는 나’, 행복하면 됐지 뭘 더 바라나 긍정주의자이자 MZ의 전형 막내딸
동상이몽, 따로국밥 우리 가족이 가장 가고 싶었던, 꿈에 그리던 이탈리아로 출발.
아름다움의 공간, 폐허로 남은 공간, 살벌했던 공간, 아픔이 깃든 공간, 거룩한 공간, 사치의 공간, 사랑의 공간, 과거로 남은 공간 등 수많은 공간 속으로 들어가자.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공간이 주는 삶의 풍경’이란 주제로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