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묘,
멍,
두 번의 흉몽과 두 번의 예지몽은
가을 어느 날 집 앞까지 넘쳐오던 태풍의 그 밤처럼 온몸이 아프게 했다
바닷물에 젖어 마당 가운데로 던져졌던 명주솜이불
그 이불에 둘둘 말린 채 장독대와 잡종견 독구의 집 앞까지
구르고 또 구른 거처럼
온몸에 보이지 않는 멍으로 아프고 또 아프다
시난고난 앓다 떠난 사람과
잠자다 심장이 멎은 사람아
윤슬을 배후로 둔 붉은 멍 만발한 당단풍나무처럼
붉은 피 멈추고 땅으로 스미는 낙엽처럼 훌훌,
남기고 가는 사연이야 눈물보따리일 테지만
저리 붉게 살다 가는구나 생각키로 하자
춥지 않아 다행이다
이별도 서러운데 살을 에는 겨울이면 얼마나 시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