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재미를 아시나요?
서봉산은 화성시에서 일 했을 때 알게 된 산이다. 동료들이랑 타다가 가끔씩 약속 없을 땐 혼자 산을 타기도 했다. 오래 만난 구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할 게 없어서 아파트 단지를 30분 씩 걷다가 만보 걷기가 익숙해질 때 쯤 등산을 하게 됐고 기초체력이 되니, 등산도 루틴이 되서 악산을 뿌시고 다녔다.
그 뒤로 돈도 덜 들고, 자연도 좋고, 살도 빠져서 등산이 꽤나 스트레스 풀기에 좋은 코스였다. 한 동안 잘 타다가 추워져서 동네 호수공원을 돌았는데 갑자기 산을 타고 싶어졌다. 천안에도 광덕산 태조산 봉서산이 있지만 딱히 힘들게 올라간 것 치고는 정상 뷰가 딱히 내 마음에 안 찼다.
1시간이 걸려도 서봉산에 가끔 간다. 왕복 두 시간이여도 나는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국밥이 있으면 300km 여도 가니까..ㅎㅎ 아무도 날 말릴 순 없어요...
내돈 내산 내운전 내목적지 내 소원 내가 성취...
이 감성 모르면 나가셔야합니다.. ㅎㅎ
부산이나 울산이나 어디든 옆 동네처럼 다녀오는 나란 사람.
말리는 사람이 바보다. 아무튼 진짜 딱 산만 타러 간다.
체력이 죽지는 않았는지 하산까지 1시간 컷 이었다.
날다람쥐처럼 스틱도 없이 기본 운동화로 산을 탄다.
등산 초보자들은 보통 장비빨들을 맞추려하지만
나도 초보일땐 스틱(k2)이랑 운동화(콜롬비아) 가방 노스페이스 샀지만
다 무용지물이다. 당근마켓에 팔아도 될 정도로 세이브박스에 넣고 이자 받고
싶은 심정이다...
북한산 갔을 때도 그냥 맨투맨에 추리닝 바지 입고 모자쓰고 정상까지 다녀왔다. 아무리 장비빨을 내세워도 그냥 비닐 봉다리 하나 챙겨서 가는게 간지임.
이 할아버지 어르신 또한 백팩이 전부셨다.
혹시나 넘어지시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내 오만과 편견이었다.
축지법처럼 등산 장비로 무장한 젊은이와 중년사람들이 무색할 정도로
가볍게 타셨다.. ㄷㄷ ...
아, 손은 시려우니까 장갑은 필요한데
목장갑껴도 된다. ㅎㅎ 주책이지요?
아무튼. 간만에 산을 타니까 시원하고 좋았다.
서봉산은 내 기초체력을 올려준 최애 산이다.
서봉산 덕분에
관악산도
월악산도
악어봉도
한라산도
오서산도
어렵지 않게 만들어줬다.
뭐든 꾸준히 하다보면
결국에 못올라 갈 것 같은 곳도
눈을 떠보면 정상에 올라가있다.
그러니까 위를 보지말고 아래도 보지말고
묵묵히 땅만 보고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다 올라온지도 모르게 올라갈 곳이 없어진다.
그 때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걸 알고나면
딱히 등산하는게 두렵지 않다.
실은 설악산 산행을 꼭 가고 싶었는데
못 갔다.
위험하다 그래서 일단 킵해뒀는데
내년엔 가보려한다.
무릎이 아팠었는데
무시하고 타니까 무릎이 나았다.
ㅎㅎ....
결국 정신력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하면 된다.
그냥..
산악회 어르신들이 찍어준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