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아 미안하다
주인을 잘 못 만난 내 경차 2017년식 올뉴모닝, 아버지가 타지로 취업했을 때 선물해 주신 차다.
2019년도 6월부터 탔으니 올해 6월 1일이 되면 6년 정도 타게 된다.
면허는 대학생 때 2종 보통으로 땄지만, 타지에서 1종 보통으로 따라고 하셔서 2번 만에 1종 보통을 땄다.
그때 운전을 알려주신 아저씨의 호통이 여전히 생각난다.
호통을 듣고만 있을 리 없는 나는 모르니까 돈 내고 배우지요. 처음부터 잘하면 제가 돈을 왜 드렸겠어요.
데시벨 좀 낮추라고 말씀드렸다. 하기는 아저씨의 목숨까지 내 손잡이에 있어서 그렇다.
한 번 떨어졌을 땐 같이 아쉬워해 주셨고
두 번만에 붙었을 땐 잘했다고 해주셨다.
그런 내가 이제는 건설현장에 차를 끌고 들어갔다.
오프로드를 달리면 이런 기분일까?
나는 운전을 좋아해서 장거리 운전도 잘 다녀봤는데
이렇게 비포장 도로는 또 처음이다.
차체가 제일 낮은 모닝이라 그런지
높은 덤프트럭이나, 높은 차량들을 보니 내가 얼마나 작아 보일까 싶었다.
근데 작아도 잘 돌아다니고, 잘 나간다.
새벽 6시까지 출근인지라 내가 1등 출근인데 부장님도 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찍 나오셨다.
지문 등록을 했기에 나는 이제 1등으로 와서 아침을 맞이한다.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환기를 하고, 난방을 켜고, 불을 켜고, 하루의 일이 시작될 수 있도록 정리를 한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비었던 시절
하나씩 채워나갈 때
그 공간이 활발해질 때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한 명의 인원이었지만 연말에는 많은 사람들과 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송년회를 불 싸지르고 나는 타버렸다.
이번 청소도 그러지 않을까?
쉬엄쉬엄하라던데
근데 결국에 내 일이기 때문에
쉬 엄하다가는 일이 쌓이게 된다.
나는 그게 싫었을 뿐이다.
빨리 쳐내고 싶었는데
쳐내면 또 쌓이는 일들
어느 정도는 봐가면서 해야 한다던데
나는 그게 잘 안되던데
일이 눈에 보이니 가만있지를 못하겠던데
그래서 봐도 못 본 "척" 하는 내공을 쌓기로 한다.
이것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하던 일을 누군가에게 지시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도 오늘 첫 교육에 입사 동기 어르신께서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한사코 거절해도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받았다.
장갑에 알사탕에 물티슈에 귀마개까지 챙겨주셨다. 아직 싱글이시라며 좋은 여성분 있다면 소개해달라고 하셨다. 내 나이는 93년생인데, 우리 아버지보다 한 살 어린 싱글분이셨다. 댄디하시고, 일에 대한 애정도 있으시다. 이상형이 어떤 분이냐고 여쭤보니, 나처럼 활발한 성향이었으면 한다고 하셨다.
제 입사 동기 어르신의 장점을 나열합니다.
: 큰 키, 단정함, 섬세함 (* 물티슈, 알사탕, 귀마개 등등) 챙겨주셨습니다. 부산분이세요...
: 활발한 1965~70년생 여성분은 댓글 달아주세요... 물론 달리지 않겠지만요...
아침은 당근으로 대충 먹고 왔는데 김밥을 누가 사다 주셨다. 대부분 이른 출근이라 아침을 잘 못 챙겨드시고 오는 것 같다. 같이 먹자고 하셔서 김밥을 빠르게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참치김밥이었다.
하지만, 나는 청소부라..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도 몰라서 눈만 굴리면서 김밥을 먹었다.
먹으면서 든 생각은 포장지가 이쁘고, 문구에 그대를 위해 준비했어요. 멘트가 좋다.
오늘 나는 정수기 물도 갈았다. 여성 직원분이 힘 센 남자분들한테 부탁하라 하셨는데, 나는 이미 정신건강수련생 시절에 이 물통마저도 가는 게 업무였다. 여자라고 못 가는 건 아니고, 이미 수련생 시절 이 무거운 거를 수동으로 물을 채우고 꽂아 넣는 일을 1년 간 했었다.
(* 부탁을 어려워하는 건 아니고, 물 가는 것도 객기로 하는 건 아니고, 할 만해서 가는 것이다. 만약 나도 힘에 부치면 부탁드릴 순 있다. 근데 웬만한 거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는 게 마음이 편해서 그렇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같이 수련받았던 수련동기생이 같은 여자임에도 항상 마다하지 않고 무거운 거는 냅다 들어서 물을 꽂아줬는데, 그때 나도 같이 했지만 다시 한번 그 친구의 힘은 잊지 못한다.
완전 쌩 초년생, 휴가가 발생되는 건지도 모르고 명절에 나와서 일했던 그렇지만 명절 수당도 없었던 그 시절에 그 친구 덕분에 휴가라는 걸 알게 되고,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나보다도 어린 동생이었지만 그때만큼은 그 친구는 나보다 더 언니 같고 듬직했다. 멋진 친구.
공간이 넓지는 않은지, 일이 많지는 않은지 몇몇 분이 물어봐주셨다.
그 마음이 무슨 마음인지 안다.
그렇지만 2명이 할 수 없는 일이고, 누구한테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혼자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서 괜찮다. 일하다가 시간 안 가는 게 제일 힘들다.
핸드크림은 필수다. 텀블러는 락앤락에 애플 스티커를 붙였기는 했지만 애플 2주 갖은 게 전부고, 그냥 텀블러가 허전해서 붙였을 뿐이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부장님이 아버지와 같은 연배여서 잔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흡연은 하루 세 까치만 피시기를요.
아무래도 좋은 소리도 자꾸 하면 싫으실 테니 입꾹닫을 해야겠다.

첫 출근 후기 끝.
번외로 퇴근길에 항상 기분 좋게 인사해 주시는 삼촌이 벌써 생겼다.
보통 건설현장은 흙이 많아서 외부로 나갈 때 차바퀴 샤워타임이 있다.
그 삼촌은
비싼 차 조심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 취업됐어? , 500만 원씩 달라고 해~" 라고 하면서 너스레를 떠신다.
그럼 나는 " 아 그럼요~. 5천만 원 달라고 할게요. "
만담을 해드린다.
이게 내 퇴근 루틴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