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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출근

어제보다 나은 출근

by 쏘리


KakaoTalk_20250214_160223596.jpg 제 출근 플리 노래 중 한 곡. 이 사진은 성남시 <육 회 한 시간> 가게 냅킨입니다



첫날엔 주차를 헤매었는데 오늘은 제대로 주차했다.

새벽에 1등으로 출근하느라 어두컴컴했는데 이제는 해가 길어지는지 금방 시야가 보였다.


그런데도 오늘은 퇴근길을 좀 헤맸다.


그 길이 그 길 같다.


이유는 나는 보통 도로를 보고 다녔는데 아직 비포장이라


다른 바퀴자국을 보고 가는 편인데 바퀴자국들이 많아서 아직 좀 헤매는 듯하다.


내일은 출, 퇴근 입구를 잘 찾아서 가겠지 싶다.


오늘도 부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내가 매일 아침 보는 얼굴을 우리 엄마의 얼굴과 부장님의 얼굴이다.


아빠 얼굴보다 부장님 얼굴을 더 많이 볼 듯하다.


담배를 줄이셨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나도 부장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하는 마음에


자꾸 눈이 마주치면 말씀을 드리게 된다.


담배소굴을 경험했던 건 당구장 아르바이트할 때 겪었고,


내가 처음 만난 남자친구는 차 안에서 담배를 폈다.

모지리 같이 나는 그 담배 냄새를 고대로 다 맡으면서 만났다. (2년 반 만남)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나인데도


그 사람의 기호식품이니까 존중해 줬다는 의미다.


(* 그렇다고 혹시나 같은 현장에 근무하는 분들이 나 때문에 눈치 보면서 피실 필욘 없다. 피셔도 된다.

다만, 나도 얼굴이 익숙한 분들한텐 좋은 마음에 드리는 말씀이다. 그거는 감안해주셔야 한다.)





오늘은 아침조회를 참여했다. 국민체조를 한다. 다들 청소부가 왜 참여하는지 안 참여해도 된다고 하시던데

나는 새벽마다 일어나면 엄마를 깨워서 하자고 했다.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도 있다. 그리고 정건사 수련시절 항상 우리 환우분들과 함께 했어서 내가 유일하게 몸이 기억하는 체조가 국민체조뿐이라 그렇다.


그리고 아침마다 운동했는데, 오전에 출근하느라 운동을 못하니 그냥 겸사겸사 다 같이 할 때 껴서 한다.


그때 알사탕과 귀마개를 주신 분이 계셨는데 보통 현장에선 안전을 위해서 얼굴을 가리고 일하시느라 처음엔 못 알아 뵀다. 귀마개를 안 끼고 밖으로 나오니 사람 준 성의가 있는데 왜 안 끼냐고 하셔서 서운하셨나 보다.


근데 나는 밖보단 실내에서 근무할 때가 많아서 그걸 끼고 있으면


또 내부사람들은 왜 귀마개를 끼고 있지? 하시겠지? 이도저도 어렵다. 그래서 그냥 목에다 걸쳐준다.


청소하는 내 모습을 보니 "애처롭다. 안쓰럽다고" 해주셨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재밌게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게 비치는 걸까? 청소부에 대한 인식이 이런 인식일까?


내가 첫 직장에서 했던 청소는 주 1회 날 잡고 사무실 청소를 직접 했었고, 다른 직장에서도 고용된 아주머니는 계셨지만 보통은 쓰레기를 모아주기도 하고 그랬다. 그때 내가 든 생각은 쓰레기를 가져가기 쉽게 꺼내드리거나 웃으면서 인사를 자주 드렸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어떤 연령층이 와도 청소부 또한 직업이기에 청소부가 있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버리는 것도 안되지만 또 누구는 그럴 수 있다. 돈을 주고 고용했고, 청소하는 업무로 채용이 되었으니 어떻게 버리든 그 이후 정리는 그 사람의 몫 아닌가.


맞는 말이지만 어느 정도 스스로가 조심할 수 있는 부분은 조심하자는 문화가 되길 바랄 뿐이다.


(예 : 쓰레기통에 유리병, 생수병 마구 버리셔도 된다. 지저분 한 곳이 있으면 불편해하지 말고 말씀해 주셔도 된다. 어디가 청소가 안 된 것 같다. 어디를 해줬으면 좋겠다. 표현하는 게 나쁜 게 아니다. 혹여나 불편해할까 봐 그런 부분을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모른다. 그 사람 자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고 업무적인 평가기에 얘기를 해줘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직장인들이 일에 대한 평가, 그 사람 자체에 대한 평가를 잘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그러곤 감정적으로 받아들인다.)


(* 상사라고 피드백을 안 받는 게 아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아래 친구들은 틀린 부분을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위로 올라갈수록 조언해 줄 검토해 줄 사람이 줄어든다. 그러니 아래 친구들에게도 혹시 내가 빠지거나 놓친 게 있으면 틀린 게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줘도 좋다고 해야 한다. 단, 얘기했는데 부끄러워하거나, 창피해하거나, 수치심을 느낄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일을 하려고 모였지, 그 사람의 실수나 모자란 부분을 찾기 위해서 만난 게 아니다. 발견했으면 더 나은 방법은 이거입니다. 이게 아니라 이게 맞습니다. 근거 기반으로 설명해 주면 된다.)


내 역할은 청소지만,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이 업무를 볼 때 지저분한 환경 때문에 일에 지장이 가면 안 되게끔 하는 것이고, 청소에 쓸 에너지를 업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내 역할이다.


나도 혼자 자취하고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난장판인 집에 오면 한숨부터 나왔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왔는데 집에서도 일이 쌓여있는 기분이어서 그대로 녹초였다. 결국엔 내 주변 정리를 한다는 건 내 삶을 좀 더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더 집중해서 쓸 수 있는 곳에 쓸 수 있게끔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정신없으면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는 것처럼 책상이 전쟁터여도 주인은 알고 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화성시 입사 초반엔 내 책상은 맨날 전쟁터였다. 외워야 할 것도 많고, 숙지할 것도 너무 많아서, 이 책 저책 주시고, 지역 행정구역 명칭들은 또 왜 이리 귀에 잘 안 들리는지. 내가 살던 곳이 아닌 행정구역 명은 외우기가 힘들었고, 전화 통화를 하면 발음이 이상한 건지 내 귀가 이상한 건지 뭉개져 들리면 "네? 뭐라고요?" 그래서 나는 옥편을 갖다 두고 통화하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 뒤로부터는 가족오락관처럼 글자 맞추기 놀이하듯이 철판을 깔고 물어봤다. 내 이름이 정소연이면 정소영인지 정소현인지 애매한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오늘은 물품도 사러 밖에 나가고, 이것저것 살림살이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새로운 세팅이라는 건 처음엔 막막하다. 뭐부터 해야 할까?


누가 지시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더 나태해지기 쉽다.


하지만 청소 이틀해보고 느낀 건 청소라는 건 하찮은 일이 아니라


매우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청소라는 게 매우 작은 일 같지만

작은 일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어찌 큰일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처럼.

<세이노 가르침> 부분에 나온 문구입니다.


그리고, 뭐든 직접 해봐야 안다.

누가 말로 쉽게 설명해 줘도 실상 직접 해보면 어려운 것처럼


청소 쉬운 거 아니야? 할 수 있지만 직접 해보면 어렵다.

요령이 쌓이기까지는 어렵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요령껏 할 수 있는지.


공간마다 어떤 청소도구로 청소를 해야 하는지

청소 순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느 시간대에 어느 공간을 먼저 해줘야 하는지.


그러다 보면 공간마다 활용되는 용도를 알게 되고 거기에 맞게

필요한 물품을 배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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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지저분했던 비포 사진을 찍어놨어야 하는데 까먹었다.


3년 후에 건물이 들어서고,


그 3년 간 이 공간은 또 얼마나 많은 사람과 많은 갈등과 이해관계 속에서 결과를 만들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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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법인카드 권한이 없어서 화장실 쓰레기통을 비워야 하는데 청소용 집게가 없어서 부랴부랴 다이소에 갔다. 다이소는 내가 애정하는 곳이다. 이유는 나라 예산을 쓰는데 비싼 걸 살 수 없었다. 최소한도 금액이 걸려있다. 근데 물가가 오르면서 퀄리티 있는 용품을 사기가 어렵기도 하고, 연말에 예산을 적재적소에 필요한 물품을 사야 하니 작은 금액대로 몇 십원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 0으로 딱 떨어지는 금액대는 다이소라서 200만 원 치 소모품을 품의하고 지결 할 때도 다이소와 지역사회 마트에서 구입하라고 하셔서 그게 습관이 됐다.


(*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조했었다. 그래서 화성시 봉담 서봉산을 타고 하산하면 노노카페가 있다. 시니어카페

우리도 언젠간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된다. 노장은 죽지 않는 것처럼. 어르신들이 실수하고, 맛도 퀄리티가 낮을 수 있지만 마음만은 정성이 가득할 거라 생각한다.)


대기업 제품, 더 비싸고 좋은 제품이야 누가 안 쓰고 싶겠는가. 그렇지만 비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니었고, 저렴하다고 다 볼품없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다이소 경영 원칙 중엔 1원을 관리하는 사람이 나중에 3조를 경영할 수 있다고 한다.


1원을 관리하는 사람이 3조를 경영할 수 있다. - 다이소는 일본 기업이 아니라 국내기업으로 바뀌어졌다.


3조를 경영하고 싶어서 매일같이 케이뱅크에 돈 나무 1원을 받는 건 아니지만 돈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매일같이 돈나무 알림이 오면 나는 1원을 받아서 기분 통장에 넣어준다. 짤짤이의 소중함.


이 짤짤이는 톨비 낼 때 보태서 쓰기도 한다. 경차를 포기 못하는 이유는 톨비가 반 값이다.


달콤한 반값... 유류세 환급... 포기 모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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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에서 가장 많은 것이 무어냐 묻는다면 흙인 것 같다. 차량도 많고 도구도 많지만 제일 많은 게 흙이구나 싶었다. 나는 혹여나 지저분할 까봐 흙이 보일 때마다 치웠는데 근무하는 직원분들은 눈치가 보이셨을까.


조금씩 신경을 써주신다. 근데 나는 치우는 게 내 일이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일이 없는 것보다 일이 있는 게 났다. 그냥 열심히 일하는구나.라고만 생각해 주셔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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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팀원이 없다. 얘네가 내 친구다. 근데 직장 와서 친구 사귈 나이는 지났다. 실은 혼자가 너무 좋다.

그러니 너무 혼자 있는다고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다.


(* 병풍취급 원합니다. 조용히 청소하고 조용히 퇴근하는 삶을 기원합니다.)


내 팀원은 이 친구들이다. 그러니까 내 도구들에게 애정을 갖고 관리를 해줘야 할 것 같다.


이 친구들이 있어야 할 장소는 어딘지,


그리고 3년 후에도 잘 쓰일 수 있도록 관리해서 다시 구입하는 일 없이 만들어야 한다.


모든 물건엔 자리가 있어야 한다.


본인의 위치가 어딘지.


내 자리가 어딘지.


그 자리에 맡게 잘하고 있는지.


책임을 갖고 임해야 한다는 뜻이다.



번외)


나는 직급과, 호칭을 전달받지 않았다.


나는 한 명이지만 나에게 말을 거시는 분들은 여러 명이다.


모두를 다 기억할 수 없다. 서른 살 이후부터 기억력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건지


중요치 않다 싶으면 잘 입력이 안된다.


그래서 서운해하실 수 있겠지만 그럴 땐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면 된다.


호칭을 뭐라 할지 몰라서 어르신, 선생님 섞어가며 말씀드렸더니 서운해하셨다.


같은 나이인데 나는 왜 어르신이고 왜 저 사람은 선생님이냐고 하신다.


그래서 호칭을 통일하기로 했다.


이사님.. 서운해하기 금지...


반대로 내 호칭은 무어라 부르실지 어려우실까?


나는 청소원도 좋고, 여사님도 괜찮고, 반장님이라는 호칭도 불러주셨다.


반장은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 반장/부반장 해본 게 전부인데


호칭이 주는 무게가 있다.


나는 아직 청소원이 편하다.


청소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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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뉴발란스를 신으니 흙이 묻어서 오늘은 장화를 신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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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팀원들이다. 팀원들이 사라져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다시 데려왔다.


락스 친구는 꽤나 몸무게가 나가서 소분해서 스프레이로 뿌려줘야 할 것 같다.


집에서도 락스 청소를 안 해 본 내가 공부해야겠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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