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아무 생각이 없고, 인간은 아주 많다
나의 반려견 봄이는 산책 중에 자주 뒤를 돌아본다.
아니, 자주가 아니라 그냥 항상이다.
세 걸음쯤 가다 뒤를 휙. 다시 두어 걸음쯤 가다 뒤를 휙.
또 몇 걸음쯤 가다 보면 줄이 팽팽히 당겨진다.
뒤돌아보면, 봄이가 멈춰 서 뒤를 보고 있다.
“야, 쫌 가자. 또 왜? 뒤에 뭐 있는데?
너 진짜 전생에 누구한테 뒤통수라도 맞았냐?”
이젠 안다. 봄이의 뒤보기는 그냥 걔 습관이다.
근데 재밌는 건, 봄이가 뒤를 봤을 때 거기에 우연히 있던 사람들의 반응이다.
“어머, 애 나 쳐다보는 것 좀 봐!”
“왜 왜, 나 따라오고 싶은 거야? 으흐흥~ 귀여워.”
“애랑 나랑 뭔가 통했나 봐.”
“나 개 좋아하는데, 애도 사람 알아보네.”
“어머 애 왜 이래? 지 엄마 안 따라가고 계속 나만 보네.”
봄이는 그냥 고개를 돌렸을 뿐인데,
사람들은 거기서 자기만의 서사를 만든다.
그리고 은근 좋아한다.
그 장면들을 보다 보면,
이 사회가 얼마나 의미에 고파 있는지 느껴진다.
누군가의 무심한 시선, 우연한 눈길 하나에도
우린 “나를 봤다”고 믿어버린다.
전철 안에서 누가 내 쪽을 본 것 같을 때,
나 아는 사람인가?
내가 오늘 좀 괜찮은가?
왜 자꾸 나를 보지?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하지만 진실은 대부분, 그냥
그 사람의 시야가 그 방향에 있었을 뿐이다.
봄이도 그렇다.
그냥 고개를 돌렸을 뿐이고,
누구를 본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좋아서도 아니다.
그냥 자기 리듬대로 걷다가, 습관처럼 멈춰서, 뒤를 본 것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거기에서 의미를 읽는다.
가끔은, 그게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봄이는 아주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의도는 없지만 효과는 조금 있는, 묘한 능력자.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능력이 발휘되는 현장을 목격하며 슬며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