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을 잊다
아팠고, 잊었고, 다시 기억한 게 전부인 이야기
3일을 앓았다.
몸이 아프니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그러다 머리맡에 둔 휴대폰을 켰다.
매일같이 써온 잠금 패턴이 기억나지 않았다.
몇 년째 쓰던 그 익숙한 패턴.
눈 감고도 그릴 수 있었던 그 선이,
그날은 내 손가락 아래서 증발해 버렸다.
몇 번을 시도해도
패턴을 잘못 입력했다는 말만 떴다.
내 것뿐 아니라 언니의 휴대폰 패턴까지 기억하는 내가,
정작 내 꺼를 잊은 거였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렇다고 당장 문제될 건 없었다.
연락할 일도 없었고,
배민을 못 여는 건 아쉽긴 했지만
먹을 기력도 없던 참이었으니까.
그렇게 하루이틀이 흘렀다.
시간이 약이라더니 몸이 다시 회복되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휴대폰 패턴이 손가락에서 흘러나왔다.
그 익숙한 패턴을 3일간이나 잊고 있었다는 게 거짓말 같았다.
몸이 아프면 기억도 아프다는 걸 몰랐다.
몸이 꺼지면 생각도 꺼지고, 나도 꺼진다.
회복이란 결국 다시 ‘켜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