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희일비하는 인간이다

오늘은 구독 두 명에 살았습니다

by 춘림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한 일은 메일 확인.

며칠 전 투고한 원고에 대한 출판사 회신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보내주신 원고와 기획서를 다방면으로 검토, 토론하였으나

출판하기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중한 문장이었지만, 결국 거절이었다.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그것도 하루의 시작인 아침에 거절을 받고 나니

‘시작부터 왜 이러지? 일진이 별로 이려나…?’

하루 지난 탕수육처럼 기분이 눅눅해졌다.

혹시 오늘 하루가 아니라, 인생이 쭉 이렇게 가버리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아점을 먹고 습관처럼 브런치스토리에 들어갔다.

그런데, 몇 분 전 누군가 내 글을 ‘구독했다.’ 그것도 두 명이나.

조회 수는 20도 안 됐는데, 구독자는 2명이 늘어 있었던 것.

단순계산으로 따지면 10명 중 1명이 팔로우한 셈이다.

기분이 미세하게 환기됐다.

아침의 눅눅했던 기분은 구독자 알림 두 방에 보송보송해졌다.

오후엔 간만에 작가카페에 들어갔다.

○○○ 공모전에 선정돼 별도 연락을 받았다는 누군가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 공모전, 나도 응모했었다.

결과 발표일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여전히 심사 중인 줄 알았는데, 이미 축하파티가 끝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 다시 기분은 ‘별로’로 돌아갔다.


구독자 두 명의 효과는 그렇게 몇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이런 변덕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 같은 인간은 글 써서 어디다 내면 안 되는 거 아닐까?

아니면 마음 단련을 해서, 떨어져도 괜찮은 인간이 되거나...’


나는 스스로에게 설득을 시도했다.

‘보자.

공모전이 떨어진 건,

내가 못 쓴 게 아니라, 경쟁률이 미쳤기 때문이다.’

사실이 그러하기도 했다.

엄청난 경쟁률과 내 소박한 재주(?)를 감안하면,

결과는 애매하게 납득됐고, 기분은 어정쩡하게 상했다.

그리고 브런치 구독자가 두 명 늘어난 건

요 며칠 새 글을 올리지 못한 나로선 예상치 못한 기쁜 일이었다.

결론적으로, 오늘은 이런 날이었다.

하나는 당연한 일,

하나는 기뻐할 일.

둘을 합치면 ‘괜찮은 하루’


나는 이렇게 희와 비의 진폭 사이에서

문장을 쓰고, 하루를 산다.

그 감정의 등락이 거슬릴 때도 있지만,

가끔은 그것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든다는 사실도 안다.

그러니 오늘도

망했다가, 괜찮아졌다가, 다시 망한 나는

이렇게 쓰고 있다.

결국 또, 쓰는 인간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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