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이 좋은 이유
여행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유가 있는 것이 이상한 것도 아니기에, 가오슝을 좋아하고, 가오슝을 즐겨 찾는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가오슝에 가는 첫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의 한겨울에도 가오슝은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대만이라도 타이베이는 한겨울에 제법 쌀쌀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오슝은 한겨울에도 우리나라 봄, 가을 날씨 같습니다. 이 시기에 동남아 국가들은 많이 덥습니다. 하지만, 가오슝과 대만 남부지역은 우리나라가 한겨울일 때에도 최고기온이 대부분 20도를 넘습니다. 겨울에도 컨딩에는 바닷가에서 수영이나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가오슝과 대만 남쪽 바다를 사랑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겨울과 추위를 싫어하는 제가, 대만 중에서도 굳이 가오슝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날같은 날씨 때문입니다.)
가오슝에 가는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와 가깝고 직항 노선이 많기 때문입니다. 비행시간도 3시간 정도여서, 기내식 먹고 하품 몇 번 하다보면 도착합니다. 그래서...가오슝에 갑니다.
굳이 거리로 따지면 타이베이(타오위안)가 조금 더 가깝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만도 수도권 집중화가 심하여 타오위안과 타이베이는 많이 번잡합니다. 가오슝은 타이베이에 비해 시내 접근성도 좋고 숙박이나 물가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높습니다. 이것이 가오슝을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가깝다는 것만 따지자면 일본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오키나와를 제외하면 가오슝보다 훨씬 춥습니다. 오키나와조차도 가오슝에 비해 기온이 낮고,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 차량을 렌트해야 합니다. 운전 방향도 우리나라와 정반대입니다.)
가오슝을 좋아하는 세 번째 이유는, 교통 인프라를 꼽을 수 있습니다. 가오슝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 전철로 20분이면 충분합니다. 가오슝은 고속열차와 일반열차는 물론이고, MRT와 트램이 도시 구석구석을 연결해 줍니다. 타이베이처럼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도시 철도망이 잘 발달된 곳이 가오슝입니다.
대만은 타이베이, 신베이, 타오위안 중심의 수도권과 가오슝을 제외하면 전철이 없습니다. 버스 노선도 비수도권의 경우 넉넉지 않아, 관광객 입장에서는 택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비수도권이라고 해도, 가오슝과 인구와 규모가 비슷한 타이중이나 타이난은 기차나 택시 외에는 대중교통이 충분하지 않은 데 비해, 가오슝은 MRT 위주의 교통망이 매우 좋습니다. 이것이 가오슝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MRT가 발달한 가오슝조차도 시내버스 노선은 충분치 않아서 전철이 닿지 않는 곳은 택시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MRT가 다양해서 교통이 편리합니다.)
가오슝을 좋아하는 네 번째 이유는, 가오슝을 베이스캠프 삼아 타이난과 컨딩 같은 매력적인 곳을 함께 여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만에서 가장 유서 깊은 도시인 타이난(臺南, 대남, Tainan)은 가오슝에서 약 40km 거리에 있습니다. 고속열차(THSR)는 14분, 직통열차인 신자강호는 가오슝메인역까지도 36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가오슝에서 타이난 사이의 거리는 서울에서 수원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며, 다양한 요금대의 기차가 자주 다니기 때문에 가오슝과 같은 생활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타이난시에서 타이중시까지 150km 정도인 것에 비하면, 타이난과 가오슝이 얼마나 가까운지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컨딩(墾丁, Kenting)은 핑동현 헝춘진에 속한 대만 최남단 지역입니다. 아름다운 바다와 한겨울에도 바다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가오슝에서 컨딩까지는 신줘잉역(新左營驛 Xin Zuoying Station)에서 버스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컨딩을 가려면 가오슝을 거치는 게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가오슝을 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컨딩과 가깝기 때문입니다. 컨딩은 그만큼 매력적인 곳입니다.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비행시간과 온화한 기후, 편리한 MRT, 타이난과 컨딩을 함께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오슝을 찾게 하는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행지든 음식이든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오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오슝의 가볼만한 곳을 소개합니다.
1. 보얼 예술 특구 (駁二藝術特區 The Pier-2 Art Centre)
MRT와 트램이 모두 지나는 하마센역(Hamasen 哈瑪星) 근처에 보얼 예술 특구가 있습니다. ‘보얼’은 한자 ‘박이(駁二)’의 중국어 발음이며, 지명입니다. 이곳은 항구의 오래 된 창고를 예술 공간으로 개조한 곳으로,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있습니다.
보얼예술특구에도 대만을 대표하는 나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반얀나무(Banyan tree)가 많은데 코코넛 나무와 함께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선물해 줍니다. (반얀나무는 인도 원산의 벵골보리수이며, 뽕나무과 무화과나무속 열대식물입니다. 대만 어디를 가도 반얀트리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국적이고 근사한 자태를 보여줍니다.)
2. 치진섬 (旗津區, 가오슝시 치진구)
보얼 예술특구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가면 구산 페리 선착장(鼓山輪渡站)이 나옵니다. 그곳에서 이지카드를 찍거나 승선권을 구매하여 5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치진 선착장(旗津輪渡站, Cijin Ferry)에 도착합니다. 행정구역으로는 가오슝시 치진구입니다. 배에서 내리면 전기자전거 대여점과 각종 음식점과 상가들이 치진해수욕장 입구까지 약 500미터 정도 이어집니다.
전기 자전거를 빌려서 섬 한 바퀴를 둘러보고 바닷가에서 산책을 하려면 2~3시간 정도 필요합니다. 치진섬은 북쪽 끝부분에 교량으로 연결돼 있지만 여행객들은 물론이고 주민들 대부분은 구산 선착장에서 페리를 이용해 왕래합니다.
치친섬은 겨울에도 한낮에는 기온이 제법 오르기 때문에 전기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엄청 시원하고 상쾌합니다. 전기 자전거는 2인승과 4인승이 있는데 대부분 좀 낡았습니다. 자전거 대여 시에는 신분증이나 호텔 카드를 요구합니다. 치진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노상 업소는 이지카드만 맡겨도 빌려줍니다. 선착장에 내려서 해수욕장 입구까지 사람과 차량이 뒤엉켜 있으니 조금 걸어와서 해수욕장 근처에서 렌트하는 것도 좋습니다.
차도가 아닌 치진섬 안쪽의 해안 산책로는 인도와 차도가 따로 구분돼 있지 않습니다. 이 길로 사람들과 전기자전거가 뒤섞여 혼잡하니 안전에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합니다. 특히 전기 자전거에 익숙지 않은 분들은 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그래도 타야 한다면 한적한 곳에서 익숙해질 때까지 꼭 연습하시길...
치진 섬의 해수욕장과 산책로는, 저의 관점으로 볼 때, 제대로 관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관리를 안 하는 것도 아닌, 좀 애매한 상태입니다. 한마디로 전기자전거를 타기에는 위험한 구간도 제법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도 과속하지 않고 양보하면서 조심조심 운행하면 다닐 만은 합니다. 단, 초보자들은 위험하니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방향을 기준으로, 가오슝 해수욕장 우측 끝에는 가오슝등대(高雄燈塔)가 있습니다. 전기자전거를 빌리기 전, 또는 반납하고 나서 여유롭게 등대에 오르면, 치진섬 주변의 바다와 아이허강, 영국 영사관, 시즈완 해변 등을 감상 수 있습니다.
가오슝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치진섬은 꼭 한 번쯤 가볼만한 곳입니다. 천천히 치진섬의 자연을 즐기려면 최소 3~4시간은 필요합니다.
3. 다카오 영국 영사관(打狗英國領事館文化園區, 山上園區)
'다카오(打狗)’는 지금도 제법 사용하고 있는, 가오슝의 옛 지명입니다. 치진섬 가는 구산 선착장에서 시즈완 해변 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다카오 영국 영사관 매표소가 나옵니다. 반대편인 시즈완 해변 쪽에도 매표소가 있습니다. 이곳은 현재는 영사관이 아니고 박물관 내지는 근현대사 유적지라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매표소를 지나면 옛 영사관 건물과 역사관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계단으로 연결된 언덕을 7~8분 정도 오르면 아름다운 산상정원과 바다가 눈부시게 펼쳐집니다. 가오슝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치진섬과 가오슝등대, 시즈완 해변과 국립중산대학이 보입니다.
옛 영국 영사관 산상 정원은 그 자체도 아름답지만 주변 풍경이 참으로 빼어나니, 꼭 한번은 여유롭게 즐겨 보시기를 바랍니다. 고풍스러운 건물 안에는 기념품 가게와 커피숍이 있습니다. 이곳 커피숍은 인기가 많아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곳입니다.
영사관 옆에는 민속신앙과 관련된 사찰이 있으며, 올라왔던 길의 맞은편으로 내려가면 시즈완 해변이 나옵니다. 기왕에 영사관 정상까지 올랐으면 시즈완 해변과 중산대학도 둘러보면 좋습니다.
4. 시즈완 해변과 (西子灣, 서자만, Sizihwan bay) 국립중산대학
다카오 영사관 산상 정원에서 올라온 곳의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시즈완 해변이 나옵니다. 이곳은 작은 만(灣, Bay)이고, 명칭은 ‘시즈완 연인들의 바다(西子灣城垛情人座)’입니다. 실제로 연인들은 별로 안 보이지만, 아무튼 이름은 그렇습니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조금 걸어가면 시즈완 해수욕장(西子灣海水浴場)과 국립중산대학(國立中山大學)이 나옵니다.
시즈완만(西子灣 Sizihwan bay)의 ‘연인들의 바다’와 ‘시즈완 해수욕장’은 붙어 있으며, 방파제를 기점으로 명칭만 나뉠 뿐입니다. 다 합쳐도 웬만한 해수욕장 길이 정도여서 그냥 시즈완 해변, 또는 시즈완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이곳 해변을 거닐어 보고 시간이 되면 중산대학에도 가보면 좋습니다. 시즈완 바닷가에 중산대학의 대운동장과 수영장, 체육시설이 있고, 멀리 소우산(壽山)아래까지 캠퍼스와 건물이 이어져 있습니다.
타이중에 동해대학(東海大學)이 있다면, 가오슝에는 국립중산대학이 있습니다. 동해대학은 1955년에 설립된 대만 최초의 사립대학이며, 기독교계 대학입니다. 캠퍼스가 아름다운 대학으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타이중에 가면 동해대학을 가보듯이, 가오슝에 가면 중산대학에 가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오슝 중산대학(中山大學)은 1924년 광저우에 설립된 ‘광동대학’이 모태이며, 이듬해 대만의 국부 쑨원의 호인 ‘중산(中山)’을 따서 중산대학이 되었습니다. 중산대학은 국공 내전으로 1949년 중국에 귀속되고, 이에 대만은 1980년 가오슝에 중산대학을 다시 개교를 하였습니다. 중산대학은 세계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는 대학이고 대만의 대표적인 대학 중 하나라고 합니다.
옛 영국 영사관, 시즈완 해변도 아름답지만 유서 깊은 중산대학도 캠퍼스가 이색적이고 아름답습니다. 특히 중산대학 패밀리마트는 제가 본 패밀리마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있습니다. 엄청나게 오래된, 거대한 반얀나무 근처에 자리 잡고 있어서 고풍스럽고 운치가 정말 좋습니다.
5. 연지담(蓮池潭)과 용호탑(龍虎塔)
연지담의 현지 표기는 ‘연지담 풍경구(蓮池潭風景區)’입니다. ‘연지담’은 ‘연꽃이 피는 연못’이라는 뜻입니다. 둘레가 3.5km 정도이며, 산책로는 이보다 동선이 약간 깁니다.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기만 해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연지담에는 용과 호랑이 조형물로 만든 용호탑을 비롯하여 민속신앙과 도교 등이 결합된 사원과 탑들이 많습니다. 또한 용호탑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동물 조각상과 아름다운 산책로를 갖춘 호수입니다.
연지담은 가오슝의 여러 장소 중에서 가장 대만다운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간을 충분히 내서 천천히 둘러보면 많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용호탑과 주변을 간단히 둘러보면 한두 시간이면 가능하지만, 천천히 음미하며 즐긴다면 3~4시간은 필요합니다.
연지담은 MRT 레드라인 강산행을 타서 생태원구역(生態園區 Ecological District Station)이나 줘잉역(左營驛, Zuoying station)에서 내려 택시로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연지담의 마스코트인 용호탑은 현재 공사 중인데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습니다. 연지담은 가볍게 둘러보기에는 아까운 곳입니다. 여유롭게 산책도 하고 여러 종류의 탑과 누각, 조형물, 전통 사당을 둘러보면 좋습니다, 가까운 곳에 루이펑 야시장도 있으니 연지담의 낮 풍경과 야경을 함께 감상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입니다.
‘여행’은 ‘여유’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곳을 빠르게 둘러보는 것보다, 한 곳이라도 여유롭게 즐기는 것이 더 만족스럽고 오래 남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놓친 곳은 다음에 시간 날 때 보면 됩니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구처럼, 오래 보고 느낄수록 행복은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지담 호수와 산책로 주변에는 수많은 사당, 정자와 누각, 탑 등이 있습니다. 호숫가를 산책하는 것도 좋지만, 대만의 전통신앙과 도교 등이 결합된 화려한 건축물을 감상하는 것도 별미입니다.
6. 불광산 불타기념관 (佛光山 佛陀紀念館, Fo Guang Shan Buddha Museum)
줘잉역에서 E02 버스를 타면 40분 정도 걸리는 곳에 불광산 불타 기념관이 있습니다. 규모와 조형미 측면에서 압도적인 곳입니다. 가오슝에 오셨다면 종교와 무관하게 한번쯤 가볼만한 곳입니다. 산을 깎은 부분의 옹벽의 마무리와, 주변의 자연환경을 좀 더 가꾸면 훨씬 돋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7. 컨딩 (墾丁, Kenting)
컨딩은 핑둥현(屏東縣 병동현) 헝춘진(恆春鎮 항춘진)에 속한 지명입니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위치상으로는 전라남도 해남, 지역 특성이나 전반적인 분위기로는 제주도의 해안 지역과 비슷합니다.
컨딩은 대만에서도 가장 남쪽에 있어서 일년 내내 춥지 않은 곳입니다. 남쪽이라서 ‘봄 춘(春)’자가 들어간 지명이 자주 보입니다.
컨딩은 가오슝 줘잉역에서 버스로 2시간 30분쯤 걸립니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버스의 종점인 ‘샤오완(Xiaowan, 小灣)’ 직전 정류장인 ‘컨딩 파출소’에서 내립니다. 이곳은 컨딩 야시장이 있는 곳입니다. 가오슝으로 돌아올 때에는 내린 곳의 맞은편에 정류장이 있습니다.
컨딩 파출소 정류장에서 내리면 전기 스쿠터를 대여하거나 야시장과 식당 등을 이용하기에 편리합니다. 종점인 샤오완에서 내려도 관광객들에게 필요한 건 대부분 있지만, 컨딩 파출소 정류장 주변이 좀 더 규모가 큰 상업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컨딩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제주도와 비슷합니다. 다만, 12월에도 야외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하다는 것이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우리나라 겨울에 가오슝을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컨딩에 며칠 머무르며 따뜻한 날씨와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컨딩은 해안선을 따라 일주도로가 나 있습니다. 교통량도 많지 않고 사람들도 북적이지 않아 해안선을 따라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습니다. 가는 곳마다 군데군데 백사장과 기암괴석과 대만 최남단 표지석 등이 있습니다.
컨딩에서의 이동수단은 택시나 전기스쿠터입니다. 오토바이는 소형 면허가 따로 필요합니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주로 전기스쿠터를 타고 컨딩 해안도로를 일주합니다.
전기스쿠터 대여 업체에서는 대만의 규정상 2인 승차가 안 되며, 적발되면 과태료 300원이라고 합니다. 전기스쿠터는 성인 둘이 타기에는 조금 작긴 합니다. 아이가 있거나 스쿠터 경험이 없다면 택시가 나을 것 같습니다. 컨딩에서 전기스쿠터 대여점은 구글 지도에도 많이 나옵니다. 컨딩 파출소 근처에도 몇 곳이 있으니 후기를 보고 빌리면 됩니다. 2시간, 6시간 기준으로 요금이 책정되지만, 이 외에도 원하는 시간을 말하면 요금을 알려줍니다.
전기스쿠터의 배터리는 시트 밑에 있는데, 대부분 업체 직원이 보조배터리까지 연결하고 설명을 해줍니다. 중간에 첫 번째 배터리가 방전되면 보조배터리 스위치를 올리면 두 번째 배터리가 자동 연결 되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전기스쿠터와 배터리는 낡아서 방전이 쉽게 될 수 있으니 장시간 운행 시에는 배터리에 잔량을 고려해서 이동해야 합니다.
전기스쿠터의 속도는 시속 30~60km까지 나옵니다. 오토바이보다는 느리지만 꽤 속도가 높으므로 안전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자전거와 오토바이 운전 경험이 많더라도, 전기스쿠터와는 방식이 좀 다르므로, 처음에는 안전한 곳에서 익숙해질 때까지 충분히 연습을 해야 합니다.
컨딩은 성수기인 4~10월, 그리고 주말을 제외하면 대체로 한산하고 차량도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도로 가장자리로 조심해서 운전하면 많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컨딩은 바닷가이고 백사장이 곳곳에 있다 보니 강풍에 모랫바람이 거세게 날리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오토바이나 스쿠터 운전 경력이 많지 않은 분은 고글을 쓰는 것이 안전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8. 루이펑 야시장과 아이허강 유람선
야시장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루이펑 야시장을 비롯해 여러 야시장이 있습니다. 뱃놀이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아이허강 유람선이 있습니다. 아이허강 유람선은 밤에도 운행합니다. (저는 해 지면 무조건 숙소로 향하는 성격이라서 야시장과 유람선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9. 가오슝의 숙소와 물가 등
가오슝도 타이베이처럼 MRT 가까운 곳에 숙소가 있으면 이동하기에 편리합니다. 숙박비는 타이베이나 서울보다는 조금 저렴합니다. 3성급 프랜차이즈 호텔인 Kindness Hotel을 선택하면 세탁실과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좋습니다. (가오슝에도 전철역 주변에 여러 곳의 Kindness hotel이 있습니다.)
대만은 어느 도시나 바다와 가까워서 해산물 요리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만 고유의 다양한 요리들도 향이 강하지 않아서 먹을 만합니다.
대만의 전철이나 기차, 버스 등 교통비는 대체적으로 비싸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중교통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은 공유 자전거인 유바이크를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유바이크는 회원가입이 필요하고 사용법도 미리 알아두어야 합니다.
개인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제가 느끼기에 대만의 물가는 대체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숙박, 음식, 교통, 입장료 및 관람료 등 전반적인 면에서 체감할 정도로 저렴한 정도는 아닙니다. 서울과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한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치안 면에서는 안전하며, 영어로 소통이 잘 되는 편입니다. 중국어를 모를 경우, 영어로 도움을 청하면 잘 도와줍니다.
대만은 치안은 좋으나 지진이 많은 나라입니다. 일명 ‘불의 고리(Ring of Fire)’라 부르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약간 비껴나 있으면서도, ‘불의 고리’에 포함되는 나라입니다. (대만은 필리핀 판과 유라시아 판의 경계에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불의 고리’에 속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이며, 지진과 화산활동이 많습니다.)
대만의 지진은 일본에 비하면 약간 덜한 편이지만,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나라입니다. 언제 지진이 일어날지 모르니, ‘지진 발생 시 행동 요령’ 등을 항상 유념하며 다닐 필요가 있습니다.
10. 대만에서 느낀 이모저모
대만은 일본과 분위기가 닮은 점이 많습니다. 거창하게 문화적인 측면까지 따져볼 필요 없이, 길거리의 자동차와 편의점만 봐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식 한자어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가 우리나라와 대만입니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긴 50년 동안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가혹한 수탈이나 인명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일본은 청일전쟁 승리의 대가로 청나라에서 받은 엄청난 배상금을 대만에 투자했지만, 조선에서는 가혹한 수탈을 통하여 식민 기반을 구축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역사적 차이로 인하여, 일본에 대한 감정이 우리와 많이 다릅니다.
대만에는 노후 경유차와 트럭들이 많습니다. 시골만 그런 게 아니고 대도시에도 흔합니다. 동남아 국가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오토바이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매연과 불쑥 달려드는 오토바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대만은 또한 습한 날씨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건축물이나 도시 미관이 우중충한 편입니다. 건축물 관리에 대한 궁금증도 있습니다. 대도시의 고층건물인데도 낡은 천막 등이 오랫동안 방치되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와 수도권, 가오슝 등을 제외하면 대중교통 인프라가 미흡한 편입니다. 우버를 사용할 수 있으며 그랩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우버의 경우 승차 지점을 잘 설정해야 불편함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버는 현금결제도 가능합니다.
대만의 택시기사 분들은 전반적으로 무뚝뚝한 편입니다. 하지만 바가지를 씌우거나 일부러 우회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체적으로 정직하다는 느낌입니다. 참고로, 대만도 택시 기사 분들이 고령인 경우가 꽤 많습니다.
차량과 같은 방향의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이런 경우 그냥 건너면 안 되고, 차량 직진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야 합니다. 횡단보도에서 오토바이가 역주행 하는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대만은 다양한 금액의 동전을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동전은 전철역 충전 기계에서 1원 단위까지 이지카드에 충전할 수 있으니 동전이 번거로운 분들은 이지카드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대만의 음료 자판기는 동전 전용이 대부분이니, 자판기에 사용해도 좋습니다.
한국인은 대만 사람과 외견상 구분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식당이든 어디든 일단 중국어로 질문을 받게 됩니다. 대만의 식당은 키오스크나 테이블 오더가 많지 않습니다. 언어 소통이 어려운 경우 그냥 ‘잉글리시 메뉴’ 또는 ‘큐알 코드’라고 말하면 큐알 코드를 갖다 줍니다. 이걸 폰으로 찍어서 주문하면 피차 편리합니다.
대만은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처럼 민속신앙, 기복신앙이 발달돼 있습니다. 길거리와 마을 곳곳에 화려한 사당들이 아주 많습니다. 전통적인 민속 신앙이 도교, 불교와 결합된 것으로 보입니다.
대만에서는 길거리 흡연이 엄청 흔합니다. 걸어서 어디를 가려면 피할 수 없는 것이 길거리 흡연입니다. 도로 뿐만 아니라, 관광지든 어디든 흡연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담배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불편할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나 낡은 트럭의 매연, 갑작스러운 길빵을 대비해서 마스크를 준비하면 도움이 됩니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불평이라기보다는, 여행 과정에서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소소한 정보라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마 대만 사람들도 우리나라에 오면 불편하거나 개선할 점을 많이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보는 눈은 피차 상대적인 것이니까요.
여행은, 먹고 살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여행지이지만, 현지 분들은 그곳이 삶의 터전입니다. 그러니 여행하는 사람들이 좀 더 이해심과 양보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들을 이해하고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다 똑같습니다.
또한, 여행은 꼭 가야만 하는 것이 아닌 선택입니다. 그러니 여행을 가서 서두르거나 무리해서 건강을 해치거나 위험에 처하면 안 되겠지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건강과 안전입니다. 눈앞의 작은 이해관계보다는, 항상 안전을 먼저 생각는 마음을 가지고 여행을 한다면, 어디를 가든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