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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리 Sep 29. 2024

한 사람이 온다

 문장웹진 2020년 9월호 발표작

폭설이 쏟아진다

당신의 풍경 속으로 한 사람이 온다

풍경에 갇히는 건 나를 내 안에 들이는 일

울타리를 가지는 일이다

안주하고 싶은 욕망이 폭설을 견딘다

밤의 연못에 수장된 한여름처럼

추위에 떨며

신호등처럼 깜박이는 사람

물 위를 걸으며 녹고 얼기를 반복하던 심장이

다시 뛰기를 기다린다

발꿈치부터 사라지는 사람

자기 그림자를 갉아먹는 사람

잃어버린 별이라고 착각하며 검은 돌을 줍는

한 사람이 온다

얼음 위에 비친 별이 처음 그 별이 아니듯

거울에 비친 돌이 차갑게 식는 동안

울타리 밖으로 조금씩 새고 있는 눈사람처럼

견고할수록 쉽게 녹아내린다

가시에 찔려도 울타리는 울타리

사람의 눈이 빛난다

슬픔이 쏟아져 내린 연못

검정돌이 다시 별이 되어 깜박일 때

풍경은 유니콘이 된다

마침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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