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 m'appelle Sohee
미칠듯한 더위 속에서 하루에 샤워를 몇 번을 했다.
지난달 면접 차비로만 6만 원 가까이 나왔지만 어디에도 붙지 못했다.
면접들은 나쁘지 않았다고 당시엔 생각했는데 나보다 나은 (어린, 혹은 더 걸맞은) 지원자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했다.
8월도 막바지인데 나는 가족들과 서먹서먹한 채 지내고 있었다.
오빠는 내 긴 구직생활에 피로를 느끼는 것 같고(그것은 집안 분위기로 쉽게 알 수 있었다.) 아빠는 전화통화로도 그동안의 파이팅을 주던 분위기와 다르게 ‘네가 몇 살인데 아직도 그러고 있냐’고 걱정이 뚝뚝 묻어났다.
나는 그들을 이해했지만 서운한 감정도 동시에 치솟았다.
그동안 십 수년을 경주마처럼 달려오다 고작 몇 달 잠시 쉬어갈 뿐인데.
그래. 수고했지. 그 한마디를 사실 나는 바랬을 뿐이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그 주의 토요일. 그렇게 나는 하루종일 침대에 있었다.
약을 먹고 방이 어두컴컴해질 때까지 잠을 잤다.
내가 내일 죽을병에 걸렸다면 어떨까? 뭘 하고 싶을까?
같은 생각을 하다 보니 못하고 지나간 것들이 떠올랐다.
여행이 아니라, 유학이었다.
일본 유학을 준비했던 20대에 아빠는 행방불명이었고 오빠는 군대에 가있었다.
친구들은 워홀이라도 가라고 했지만 그때는 내가 사라지면 가족들은 이제 온전히 뭉칠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눈을 깜빡이면, 내일부터 당장 정해진 수명이 주어진다면 나는 학교를 안 간 걸 깊이, 깊이 후회할 거라는 걸 알았다.
일본어는 할 수 있었지만 학비가 비쌌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학비가 싼 프랑스 유학을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수많은 캡쳐를 하고 유학원들도 검색하고, 시간은 네모난 침대 위에 마침내 초침을 움직인 것 같았다. 달리의 그림처럼 늘어져 녹아있던 시간이 여전히 녹은 채 옆으로 바늘을 옮기고 있었다.
봉쥬, 위. 농! 메르시, 꼬망따레브? 쥬마펠 소희. 내가 아는 단어들의 전부다. 내 이름은 소희입니다.
저녁 약을 먹고 앉아서 기초 공부 학습지들도 보며 시간을 죽였다.
이 마음은 도피성일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알았다. 하지만 나는 간절했다.
학비가 저렴해도 돈을 모아야 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라도 지원해야겠다 생각했다.
담배를 엄청 피우면서 울었다.